귀벌레 증후군

귓가에 계속 맴도는 음악소리.

by 발돋움

시작은 중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다.

노래를 듣고 한 번이라도 따라 부르고 나면, 그 노래는 한동안 내 귓가에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경쾌한 가사와 비트가 시도 때도 없이 떠올라 공부를 하기 위해 책을 펼치면 책에 있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 번은 수학 시간에 음악이 생각나 조용한 교실에서 따라 불렀다가 호되게 꾸지람을 들은 적도 있고, 부모님께 꾸중을 들어 눈물이 나는데도 경쾌한 음악이 떠올라 당황한 적도 있다.


내가 겪은 이 증상이 '귀벌레 증후군'이었다.

우리의 뇌는 극도로 긴장하거나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 우리 몸을 지키고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과거 인상 깊게 들었던 노래나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고 한다. 중학교 때부터 이런 증상이 심해졌던 것을 되짚어보면 그때 한참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해 악몽에 시달리던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몸은 나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감사했다.

나를 위해 그렇게 애를 써줘서. 나는 감사한 줄도 모르고 그저 불편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음악이 생각나 짜증이 났었는데, 다 깊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해가 되고 나면 편하게 받아들여진다.

싫었던 마음이 고마움으로 바뀌는 기적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편해지기 위해서.

음악이 떠오르면 이제 불편해하지 않고, 흥얼거려야겠다. 나를 위해 애쓰는 뇌를 위해.

그리고 생각해야겠다. 내가 지금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구나...

그리고 되뇌어야겠다. "채연아, 힘들어하지 마. 잘하고 있어. 이만하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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