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웃는 사람이 있어요.

by 발돋움

힘들 때 웃는 사람이 있다.

그 언니는 너무나 힘든 일이 있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될 때, 웃고, 떠들고, 상기된 얼굴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나도 처음엔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금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있구나'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언니의 상황을 듣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지금 그 언니의 상태를...


언니에겐 부모님과 남동생이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언니가 고등학교 때 자동차 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고, 남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신장이 망가져 지금까지 혈액투석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어머니는 암을 앓아오시다 최근 뇌경색으로 쓰러져 요양원에 들어가 계신다. 중학교 3학년 때 이미 집안의 가장이 되어버린 언니는 깊은 책임감에 산업체 고등학교에 자진해서 들어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커피와 박카스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왔다. 그런데 최근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나는 처음으로 무너져 내리는 언니를 마주하게 됐다.


"엄마가 쓰러져 계신 걸 발견했는데... 순간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기둥에 쪼그리고 앉아 머리를 쥐어뜯었어. 왜 나한테만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나는 그럼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지금도 어깨가 돌덩이처럼 무거워 주저앉을 것 같은데, 도대체 나는 여기서 더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

하며... 참았던 눈물을 토해냈다.

힘들어하는 언니를 보며 나는 오히려 뭔가가 해소된 느낌이 들었다.

"언니, 그래 힘들면 제발 힘들다고 얘기를 해.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지 말고. 울고 싶으면 제발 울어!"

언제 울었냐는 듯 눈물을 훔친 언니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얘기했다.

"울면... 누가 봐주긴 하고..."


그랬을 것 같다. 가족이 모두 언니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 상황에서 언니는 울 수가 없었을 것 같다. 그러니, 울어도 봐 줄 사람이 없었을 것 같다. 힘들면 기대라고 얘기해 주는 사람이 없었을 것 같다. 무너져 내리면 한없이 바닥으로 가라앉아 다시 일어설 힘을 잃어버릴 것 같아 불안했을 것 같다.

일어서는 언니를 보며 나는 소리쳤다.

"내가 봐주게. 그러니까 제발 울어."


삶은 누구에게나 참 무겁다.

다른 이에 비하면 나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내 앞에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이 비교되지 않을 만큼 무거워진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봐도 참 힘들 것 같은 안쓰러움이 드는 당사자는 오죽할까?

그런 힘든 상황에 처한 이에게. 내가 뭐라고. 다른 이의 인생을 호전시켜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힘든 마음을 잘 견딜 수 있게 조금 도와줄 수는 있지 않을까?

나와의 대화 이후론 언니가 잘 운다. 다행한 일이다. '우울증'보다 더 깊은 우울감은 '조증'을 불러일으킨다. 현실을 부정하고 근거 없는 자신감과 출처 없는 즐거움만이 삶의 원동력인 상태는 벗어난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울어도 봐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언니가 깨달았다는 것.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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