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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Jun 16. 2022

진심을 담아 편지쓰기

<아파트 소음을 없애기 위해...>

이웃들에게 편지를 써보기로 했다.

‘진심이 통한다면 이 소음 전쟁을 멈출 수 있을거야.’      


밤늦게 아기가 우는 소리를 우리집에 잘 들리게 방치한 옆집 아기엄마아빠가 괘씸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기도 어린데 계속 저런 환경에 내버려둘  없었다. 


어디를 나가지도 않는지 하루종일 뛰어다니는 소리가 나는 3층 사람도 너무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았고 불쌍하게 느껴졌다.  

    

평화를 위해 편지를 써보리라. 

매일 밤낮으로 우다다 뛰는 소리가 들리는 3층 옆윗집에 줄 편지가 가장 급했다.


손으로 쓰려다가 수정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컴퓨터를 켜고 키보드로 타이핑했다. 편의점에서 초코바 ‘자유시간’ 하나를 사서 쇼핑백에 편지지와 함께 넣었다.

 

조심스레 3층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왜 그렇게 심장이 조마조마했는지...

‘왈왈!’ 작은 애완견 소리가 집 안에서 들렸고 쇼핑백을 문고리에 살포시 걸어두고 내려왔다.    

  

다음날, 우리집 앞에 작은 간식과 함께 붙어있는 땡땡이 무늬 편지봉투.


‘옆윗집이다!’ 허겁지겁 편지지를 열어봤다. 생각보다 조그마한 편지지에는 달랑 1장의 손글씨가 남겨져있다.    

  

[실제로 받은 손편지. 매일 우다다다 새벽이든 낮이든 뛰는 걸로 느껴지는 집...인데 본인은 아니라고 하셨다.]


“안녕하세요. 305호입니다. 우선 저는 205호에 강력대응을 한 적이 없습니다. 어느 날 경비실에서 문쾅 닫는 소리 난다고 인터폰이 왔었던 일 밖에는... 저희집은 강아지가 있어서 문은 열어둔채 지내고 바닥은 카펫. 식탁, 의자는 모두 커버를 씌워 놨어요. (그래서 잘못온줄...) 이웃간에 불편을 겪고 있어서 너무 속상하시겠네요... 원만히 해결하시길 바라겠습니다...


p.s 타트체리가 수면에 도움된다해서 넣어드려요 ^^”


(훗날 시끄러웠던 저녁에, 305호에 찾아가서 초인종을 아무리 눌렀을때 인터폰 카메라 켜지는 빨간불도 나왔지만 절대 나오지 않으셨다. 강아지도 안에서 짖었는데 집에 숨었던 것이다. 아무 문제가 없었으면 잠깐 얘기 좀 하자고 하는데 왜 말을 안하고 계셨을까?)


‘어머나, 내가 착각을 했나보구나. 그런 적이 없다는데...’

처음엔 그렇게 순진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오른쪽 대각선 위에서 소리가 나는데... 정말 그런 적이 없다고?


한번 확인을 해야겠구나 싶었다. 사실 집앞 카페에서 커피라도 마시면서 이야기해보자고 했는데 그건 답이 없었으니 인터폰으로 한번 더 얘기해보고 싶었다.      


사실 옆집 문제를 내 손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어떤 사명감과 책임의식 같은 게 있었다. 맨 처음 우리집과 옆집 아기 울음소리로 다툼이 시작된 것이 이제는 옆집과 옆윗집 싸움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주님, 제발 도와주세요. 밤에 잠 좀 조용히 자고 싶고 이웃들끼리 다투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용기내어 옆윗집에 인터폰을 했다. 며칠전 손편지를 썼던 여자분이 친절하게 전화를 받는다. 조금 전에도 오른쪽 천장에서 소리가 났다고 하니 강아지를 데리고 의자에 앉아있어서 전혀 뛴 적이 없단다. 그때 마침 또 오른쪽 천장에서 뛰는 소리가 난다.


나: “어? 지금도 소리가 났네요. 지금 저랑 인터폰 받으시느라 서 있으실텐데...정말 오른쪽 윗집이 아닌가보네요. 죄송해요, 제가 오해를 해서.”


3층 오른쪽윗집: “네, 계속 인터폰 받느라 서 있었고 저는 뛰지 않아요. 소음 때문에 많이 힘드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요.”


나: “어쩔 수 없죠. 너무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 나서 잠도 못자니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언제 커피 마셔요 우리!”


하고 인터폰을 마쳤다.


이상하다. 분명히 오른쪽 위쪽에서 소리가 몇 달째 나는데 혼자 사는 여자분이 인터폰을 받고 있었고 소리가 난 건 누구지?


확실친 않으나 남편이 어느날 바깥에서 들어와서 말했다.


“우리 옆윗집에 혼자 사는 여자 있다는 집 말야. 저녁에 집 들어오면서 보니까 베란다에서 어떤 뚱뚱한 남자랑 와인잔을 들고 브루스를 추던데? 좀 소름이었어.”     


그날 후에도 집에서 남자랑 같이 있는 모습을 몇 번 더 봤다고 했다. 아직도 확실하진 않다. 평일 낮이었는데 여자분은 인터폰을 하고 남자분이 거실에서 뛴 것인지, 정말 그 집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난 소리를 착각한 것인지...      




다른 건 몰라도 그집을 나오기 몇 달 전, 오른쪽 윗집에서 4명이 거실에서 헤드뱅잉하고 락 음악을 크게 틀고 뛰면서 놀고 있던 모습은 똑똑히 보았다.


남편이 편의점 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우연히 보고서 집에 와서 놀라며 말을 했고 잠시 후 다시 나가서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어온 것이다.  


(원 투 쓰리 포를 외치면서 긴머리를 휘날리며 헤드뱅잉을 하던 여성분 2분과 짧은 머리를 마구 돌리시던 남자분 2분... 코로나로 에너지 발산을 아파트에서 하신 것 같은데 이제 맘껏 공연장 가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정말 세상에는 이상한 이웃들이 많이 사는구나. 그게 하필 왜 내 이웃일까?


몇몇 이웃들과 편지와 인터폰, 인터넷 카페글로 소통 등등을 해봤지만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점점 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다. 


사람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었다.     




♡고린도후서 4장 8~10절♡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박해를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 우리가 항상 예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짐은 예수의 생명이 또한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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