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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Jun 16. 2022

코로나 시기의 층간소음

<집밖에 나가지 못한 사람들의 소리>


코로나 시기에는 이웃들과 소음에 더욱 취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아파트에 처음 입주해 이웃집 소음이 들릴 때도 집 밖에 나가지를 못했다.    


밖이 추워서도 그렇지만 앉아있을 곳이 없어서 나갈 수가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카페에서도 앉아서 커피를 못 마시고 테이크아웃만 할 수 있었다. 예방주사도 맞지 않아 어디를 기가 힘들었다.


아기를 임신하고 싶어서 온 내게 옆집 아기 울음소리 공격이라니 인생의 아이러니였다.


1달 넘게 밤에 잠도 못 잤던 것에 대해서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같으면 아기 울음소리가 하루종일 들렸다고 하면 찾아와서 인사 한마디라도 했을 것 같은데 저 사람들은 2주 넘도록 얼굴도 안보이고 뭐지?   


우리 동네 맘카페에 글을 써보자. 남들도 이렇게 살고 있는건지, 나만 이런건지...  

   



“안녕하세요. 최근 이러이러한 소리가 옆집에서 잘 나서 조금 힘드네요. 예전 집에서도 윗층 소리가 잘나서 힘들었고 30대 후반이라 빨리 아기를 갖고 싶어 새 아파트에 이사왔는데요.


저번 토요일에는 아침 9시 반부터 오후 5시 정도까지 신생아 아기가 악을 쓰며 우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계속 우는데 아빠 목소리가 얼렐레레 하고 달래긴 하는데 왜 병원에 안데려가는건지...      


몇시간동안 이어폰을 끼고 있었는데도 다 들려서 힘들었네요. 제가 귀가 밝은 편이라 소리에 예민하긴 해요. 아기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희집만 이렇게 소리가 잘들리는 걸까요?     


새벽엔 거실쪽에서 고양이 소리인지 작게 무슨 소리가 들려서 깜짝깜짝 놀라서 깨는데, 잠귀 어두운 남편도 몇주째 깬다고 하더라고요.


밤마다 2~3번씩 깨고 있어서 더 예민해진 것 같은데 그저 푹 자고 싶네요~!”     




이런 식으로 썼던 것 같다.


댓글에서는 ‘아기가 울면 어쩔 수 없다’, ‘병원에 데려가도 소용이 없어서 그냥 놔두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잠도 못자신다니 걱정되고 안됐다’는 글부터

‘아기가 그렇게 크게 우는데 왜 옆집 가까이 놔두는지 너무 이상한 옆집이다’, ‘우리집도 지금 층간소음이 심해서 힘들다’라는 글들이 있었다.


동네 카페이긴 하지만 혹시 우리 옆집에서도 볼 수 있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정중하게 댓글을 달았다.

     

“제가 귀가 워낙 밝아서 문제네요. 옆집에서도 아기 소리가 이렇게 잘 들리는 줄 모르셨던 것 같아요. 모쪼록 앞으로는 집 소음이 서로 잘 들리는 걸 알았으니 각자 조심하고 살면 좋겠네요.^^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로 동네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니 긴장이 좀 풀린 탓이었을까. 평소 낮잠도 안자는데 그날은 저녁 8시부터 잠이 깊게 들었다.      


“쾅쾅쾅쾅쾅!”

눈이 번쩍 떠졌다.  

“이 늦은 밤에 뭐하는 거에요?”

“아니, 애가 우는데 어쩌라는 거에요!”   


밖에서 남자들의 언성 높인 소리들이 들린다.


주섬주섬 일어나서 안방을 걸어나오는데 현관문에 남편이 서있다. 밖에는 키큰 남자...아차, 잠옷을 위에만 입고 있네.


얼른 안방 안으로 쏙 들어와서 소리를 엿들었다.     


밤 12시 반이 넘었는데 애가 1시간째 울고 있잖아요! 애기가 우는 건 당연한데, 부모가 좀 달래고 옆집에서 멀리 두든가 해야지. 지금 잠을 못자고 있어요!”


애가 우는데 어떻게 해요? 방이 더워서 그런지 애가 예민해서 안자려고 해서 거기 두는 거에요!”

    

아, 옆집 애 아빠구나.

하필 동네 맘카페에 글 올리고 잠든 사이에 남편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급한 김에 나도 한마디 크게 말한다.


“저기요, 저희 새벽마다 잠에서 계속 깨서 1달 넘게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어요! 미안하지 않아요?”      


밖에 있던 덩치 큰 아기 아빠가 한마디 한다.

“이번에 또 벽에다가 두들겨봐요!”     


아니, 밤늦게 애 우는 소리를 30분 넘게 들리게 해서 참다 참다 톡톡 벽을 쳤던 거잖아.


“저기요. 손바닥으로 조그맣게 두들겼어요. 너무 시끄러워서! 밤 시간에 우리집 가까이 애를 둬서 울음소리 다 들리게 했잖아요. 잠을 못자고 있어...!”     


남편은 다시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 옆집 남자에게 호통을 한번 더 치고 문을 닫았다.     




‘이게 아닌데... 맘카페에 쓴 글은 정말 공손하게 썼잖아. 내가 예민하고 귀가 밝아서 그렇다고까지 말하고. 좀 힘들다고는 했지만 옆집을 욕하는 말도 없었잖아. 근데 어떻게 더 안 좋아진거지?’     


남편에게 물어보니 그날따라 내가 일찍 잠들고 남편도 평소처럼 저녁을 먹고 1~2시간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밤 11시 넘어 애 울음소리가 들려서 또 깼다고 한다.


컴퓨터를 하면서 다시 자려고 하는데 울음소리가 안멈추고 계속 들려서 벽을 세게 두드렸는데 옆집에서도 벽을 두들기고 그래서 남편이 더 세게 벽을 치니까 옆집에서 쫓아왔다는 거였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제 이사온 지 2달째. 신생아 울음소리가 이렇게 크고 시끄러운 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나저나 소리가 이렇게 다 들린다고?


유난히 아기가 많은 이 아파트 사람들이 그럼 다 나처럼 소음 속에서 산다는거야? 이해가 안가는데...전국에 있는 아파트에서 이렇게 소리가 다들리면 애를 어떻게 키우지? 정말 말도 안돼!     


그때 옆집이 맘카페에서 내 글을 봤는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봤을 수도 있고 그날 봤을 수도 있겠지. 어쨌든 옆집과 대화로 해결하고 조율하고 싶어서 맘카페에 상담글을 올리던 날 밤,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땐 몰랐다. 언젠가는 이 전쟁이 끝날 줄 알았는데 그때까진 조용하던 이웃들도 나중에는 더 심하게 소리를 내게 될 줄은...


엉망으로 지은 집이 사람의 삶의 질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요한복음 3장 17절♡

하나님이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려 하심이 아니요 그로 말미암아 세상이 구원을 받게 하려 하심이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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