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샤인 Jun 15. 2022

"그건 저희가 어떻게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

<관리실도, 경비실도, 답이 아니다.>

‘어떻게 이렇게 소리가 다 들리게 집을 설계하고 막 지을 수 있지?’  

        

이해가 안갔다. 건설사에 물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나는 열정가득한 3개월차 신축 아파트 입주민이었다.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건설사와 통화를 했다.          

“저기요, 저희 집이 지금까지 옆집 신생아 아기울음소리...(중략) 설거지시간마다 벽 차는 소리, 밤에 몇 번이나 깨고 소리가 너무 잘들려서...(생략)”          


하소연 겸 그동안의 고생을 말하려면 20~30분은 금방 지나갔다. 그런데 다 듣고나서 경비실이나 관리사무소나 건설사 팀장이나 한결같이 하는 소리가 있었다.

          

“그건 저희가 어떻게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

“저희는 안내방송말고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어요. 저녁 시간에 방송해드릴까요?"

"저희 회사는 ㅇㅇ에서 지으라는 자재로 짓고 설계하라고 한 대로 집을 지었을 뿐이에요. 그쪽에 문의해보시죠.”             


조금이라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면서 새 아파트인 곳을 찾다보니 있어서 2년 전세로 들어온 터였다. 그런데 건설사 D사는 틈만 나면 ㅇㅇ에서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그쪽에 말해보라고 했다. ㅇㅇ는 집주인이나 하자점검하는 팀에 전화해서 D사에 물어보라고 했다.       


경비실에 이웃집 소음으로 전화해도 마찬가지였다. 이웃집들에게 막상 인터폰을 하면 자기들은 조용히 하고 있다며 아니라고 하는데 자꾸 전화를 해서 무슨 소용이냐는 거였다.


경비실 역할은 외부 차량 보안을 하는 것이고 입주민 집안에 들어가서 확인하지도 못하는데 자기들에게 물어보지 마시고 동호수 누르고 인터폰을 직접 하셔서 물어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 경비실 직원이 내게 하소연하듯이 말해서 황당했던 건 덤이다.                     


이웃집에서 본인들이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고 하는 말을 나도 처음 몇 번은 믿었다. 가끔 3층 오른쪽에서 나는 소리가 아랫집에서는 왼쪽에서 나는 걸로 느껴지는 경우도 있고 지그재그로 소리가 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헷갈리는 때도 분명 있다.                     


그렇지만 오른쪽 윗집에서 성인이 1시간 넘게 뛰는 소리가 나는데 오른쪽 옆집에서 문을 쾅 닫는다거나 천장을 치는 소리가 날 때는 오른쪽 윗집에서 소리가 나는 게 맞다고 확신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게 6개월도 아니고 1년 넘게 자주 이어질 때는 더더욱 그렇게 확신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아니라고 한다니...

확인할 길이 없으니 아파트 사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발뺌을 하면 그만이다.


집 앞에 몰래 잠복해서 소리를 듣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남의 집 현관문을 열고 현장 검거로 범인을 잡을 수도 없으니 범인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심증은 너무 확실한데 그 외의 증거가 없는 상황...                    


그러나 나는 99% 확신한다.      

신생아 아기 울음소리가 잘들려서 우리집과 트러블이 있다가 냉전기였던 2월 28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밤새 천장을 각목 같은 것으로 치고 문을 쾅 닫고 가구를 끽끽 끌고 잠을 못자게 만들었던 집 아기 아빠의 도발이 있었다.                


그리고나서 다음날인 3월 1일 아침부터 옆집 윗집에 혼자 사는 여자분이 매일 발망치로 우다다다 뛰고 아랫집을 못살게 굴며 쾅쾅 몇시간, 아니 몇십시간이나 뛰었다. 


며칠하다 멈출 줄 알았는데 그 여자분은 정말 몇달간 밖에도 안나가고 밤낮으로 뛰었다. (그 아파트는 늦어도 11~12월까지는 모두 입주를 해야했는데 2월 말까진 아기있는집 윗집이 정말 조용했고 옆집이 시끄러웠던 날 다음날부터 시끄러웠다.)

               

견디다못한 나는 3월 초부터 스터디 카페를 나가서 7개월 정도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스터디카페로 숨을 수 있었지만 그와중에 집에 들어가는 저녁과 새벽 시간은 항상 옆윗집 발망치 소리와 옆집의 문 쾅닫고 천장을 치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집에서는 양쪽집 소리가 다 잘 들려서 너무 고통스러웠다.


우리집은 아기도 없고 TV도 없어서 그런지 저녁식사 때 말고는 소리 낼 일이 거의 없었다. 그마저도 다른집에 들릴까봐 속삭이듯 말했다. 계란을 깰때도 싱크대에 두들기지 못하고 숟가락 뒷부분으로 살짝 두드려서 소리가 안나게 깼다. 그래서인지 남의 집 소리가 더 잘들렸다.               


3달이 넘게 그 두 집에서 난리를 치며 점점 강도가 심해지고 있었다. 이제 중재자가 필요한 것 같았다.


그러나 관리실도, 경비실도, 해결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

동대표에게 중재를 부탁해봐도 관리사무소에다가 말해보라니 정말 답이 없었다. 아파트 입주협 회장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어보라고 밑도 끝도 없는 얘기를 했다.


매일 크게 소리도 못내는데 정작 밤에 잠을 못자는 하루하루...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

나라도 나서야 했다.  

살기 위해서.

  


♡요한복음 3장 17절♡

하나님이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려 하심이 아니요 그로 말미암아 세상이 구원을 받게 하려 하심이라. 아멘!

이전 04화 시작은 미약하게 시끄러웠으나 끝은 많이 시끄러우리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