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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불닭순한맛 Aug 01. 2022

무비토크 #5. 로렌스 애니웨이

멜로/로맨스, 캐나다/프랑스, 2013 개봉, 감독:자비에 돌란


영화를 보고 이토록 긴 여운에 빠져들어본 게 얼마만인가.

개인적으로 자비에 돌란 감독의 역작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주인공 멜빌 푸포 너무 잘생기고 멋지다. 그냥 본 투 비 배우로 태어난 사람처럼 여장을 해도 저렇게 예쁘다니...

그리고 돌란의 뮤즈, 쉬잔느 클리먼트.

이 분은 잘 몰랐는데 보면 볼수록 다양한 매력과 흡입력 있는 마스크가 인상적이다.

어떤 역할도 본인 색깔로 잘 소화해 내는 배우인 것 같다. 영화 '마미'에서는 그녀의 또 다른 캐릭터를 볼 수 있다.


                                                                                                                                            

마지막 이 장면.

함축적으로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9년 사귄 남자 친구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백을 듣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녀의 머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는 그녀의 가슴이 동시에 느껴져 버렸다.


프레드의 고통.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혼돈과 카오스가 느껴짐과 동시에

그녀가 로렌스를 위해 택한 용감한 결정 모두 처절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과연 나라면 로렌스와 헤어질 수 있을까? 아님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헤어졌을까?

           


시간을 돌고 돌아 재회한 둘.


이제 프레드와 로렌스 사이엔 남자와 여자는 없다. 그저 사람과 사람. 그 안에 사랑만이 있을 뿐.

이들 앞에 성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모든 것을 초월한 서로의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할 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떨어져 나온 그 마지막에 이르러서도 그들은 서로 사랑을 한다.

헤어진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감각적인 색채만큼이나 조금은 부담스러울법한 퀴어 영화가 이처럼 아름다운 것은

그 어떤 장르보다 인간 존재에 대한 날 것 그대로의 위대함과 존귀함이 드러나기 때문인 것 같다.

젠더를 떠나서 하나의 인간으로 느끼는 감정과 연민이 퀴어 영화에서 더 가깝게 잡히는 것 같다.

이게 작정하고 만든 슬픈 영화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영화를 보고 울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제 함께 하지 못할 두 사람의 달라진 갈림길의 지점을 받아들이고

서로에게서 떠나는 두 사람의 모습을 그저 슬프게만, 애틋하고 안타깝게만 그리지 않아서 참 좋았다.


그들의 진하고 잊지 못할 사랑은 그대로 남겨두고

이제 어찌하지 못할 달라진 그들의 미래에 펼쳐진 또 다른 길을

홀연히 걸어 나가는 프레드와 로렌스를 응원한다.



자비에 돌란

89년생 밖에 안된 이토록 잘생기고 멋진 젊은 감독이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

이 감독은 대관절 어느 정도의 깊이를 가진 사람인가.

나 홀로 감독, 연출, 의상, 음악까지 종횡무진하며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천재.

하긴 자기가 배우 하고 싶어서 감독을 해버린다는 사이즈의 찐 천재성을 지닌 이 젊은 감독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보고 싶다. 돌란의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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