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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킴 Feb 26. 2024

나물넣고, 밥을 비비며

대야에 나물넣고 밥넣고 고추장에 참기름 한바퀴면 체증이 내려가지.

하루종일 바나나우유 1개와 커피를 내리 3잔을 마신것으로 오늘의 식사를 마무리 하려고 했었다. 속은 안 좋지만 이유모를 허기짐이 자꾸 나를 찾아왔다. 이것을 스트레스성 폭식이라고 사람들은 부른다. 원체 많이 먹지 않음에도 오늘따라 우걱우걱 밥이 먹고 싶어졌다. 


커다란 대야에 밥 한공기를 푹 떴다. 그리고 며칠전 정월대보름으로 집에는 나물이 많았는데, 그 나물을 종류별로 넣고 고추장을 한스푼 크게 떴다. 그리고 참기름도 한바퀴 휙~둘러줬다. 그리고 신나게 밥을 비볐다. 하얗고 초록색이던 나물들이 빨갛게 밥알과 함께 물들어간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정말 식욕을 자극하는 사기인것 같다.


크게 한 입을 물었을 때, '어, 이거 내가 생각한 맛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배가고프지 않음에도 한그릇의 밥을 비빈것을 후회했다. 물론 맛으로 따지자면, 맛있지만 진짜 식욕이 없는 상태에서 먹는 맛이란 그저 뱃속을 채우기 위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한 입, 두 입 의무감으로 비빔밥을 먹었다. 배가 목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근데 이상하게도 배가 불러감에 따라 마음의 체증은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는 체한것 같은데, 마음은 후련한 것이 참 이상한 기분이었다) 빈 속에 음식으로 채워넣은 것이 안정감을 주는 것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스트레스성 폭식을 하고 난 뒤, 밀려온는 체증으로 소화제를 먹었지만 알 수 없는 후련함이 있었다. 내가 받았던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먹어서 해결된다니, 왜 사람들이 폭식을 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인간에게는 3대욕구가 있는데, 식욕, 수면욕,성욕이다. 그 중 식욕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며, 식욕이 주는 카타르시스 또한 크다고 느껴지는걸 폭식을 통해 확실히 느꼈다. 물론 반복되는 폭식은 건강에 나쁘지만 정말 머리끝까지 올라온 화나 스트레스를 아무대도 풀 수 없을 때는 대안이 되는 것 같다.


오늘 나는 나물을 넣고, 밥을 비벼 비빔밥을 해먹었다.

목까지 차오른 음식과 반대로 땅끝까지 나의 스트레스를 소화했다. 


이유없는 허기짐을 채움으로서 나는 나를 소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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