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소녀, 아리>

13 라싸의 피아노

by 정이나

‘라싸’와 ‘피아노’라는 두 단어의 만남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리와 웨이가 생각하기에 이보다 더 훌륭한 말은 세상에 없었다. 아리와 웨이는 하루걸러 한 번씩 라싸로 내려가 피아노를 쳤다. 사람이 없을 때는 자신의 내면에 울려 퍼지는 고요함을 누렸고, 사람들이 가득 찰 때에는 경쾌함을 즐겼다. 피아노는 고요함에도 경쾌함에도 잘 어울렸다. 아리는 피아노 곡 중에서는 쇼팽을 좋아했다. 경쾌하고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다보면 저도 모르게 음악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쇼팽이 음악을 작곡했을 때에도 이렇게 음악 속으로 녹아들었으리라. 웨이는 아침햇살에 인사하듯 아리를 위해 쇼팽의 ‘햇빛’을 연주했다. 더 이상 쇼팽의 의도대로 연주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 아무리 위대한 쇼팽의 곡이라도 오늘, 티베트에 있는 웨이가 치면 티베트의 숨결을 담은 웨이의 노래일 뿐이었다.


티베트의 햇빛은 강인한 어머니와 같았다. 초원의 풀들은 햇빛을 받아 자라나고, 고원의 야생 동물들과 가축들은 풀을 먹고 자라난다. 티베트의 사람들은 가축을 키워 생활하고, 모든 생명은 죽어 풀 아래 묻히고 햇빛 속으로 사라진다.


아리와 웨이가 나란히 앉았다. 오늘은 아리가 반주할 차례였다. 웨이는 눈을 감고 아리를 떠올렸다. 철부지 어린아이인줄만 알았던 아리가 자신을 깨달음으로 이끌어 주는 어머니처럼 크게만 느껴졌다. 웨이는 한 음씩 빠르게 잡아챘다. 요 며칠 사이 웨이는 자신만의 곡을 연주하는 데 제법 능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손가락이 점점 무거워졌다. 음악이 밀려나고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왔다.


‘지금 떠나면 언제 다시 티베트에 올 수 있을까?’


웨이의 마음이 흔들렸다. 어머니의 산이 흔들렸고, 음악이 흔들렸고, 웨이의 흔들림을 듣는 아리의 마음도 흔들렸다. 웨이는 슬픔은 단조 곡이 되어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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