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아나 Aug 01. 2023

속초

새벽 5:5 일출

어떤 계획도 없이 아이와 떠났습니다.

아이는 방학을 맞은 여행쯤으로 생각하고 좋아했어요.

실은 제가 집에 있기 힘든 까닭입니다.

이유 없이 죄를 짓고 쫓기는 듯한 불안, 지겨운 집안일, 견딜 수 없는  초조함이 그 이유입니다. 도망가자. 노래처럼 어디든 가고 싶었습니다.


떠난다고 뭐 하나 뾰족한 수가 있지도, 달라질  더욱  없다는 걸 알면서도 대충 짐을 꾸려 고속도로로 들어섰고, 바로 앞에 바다가 있는 허름한 숙소에 도착했어요.

지금껏  2분 거리에 바다가 있는 곳에 머무른 적 없는 저와 아이에게 그곳은 친절한  주인아주머니가 계신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곳이었어요.


도망가고 싶은 와중에 쌀, 김치, 김을 챙기는 제 모습이 참 초라했습니다. 바닷가에 갔으면 그곳 식당에 가서 맛있는 걸 먹어야 하건만 가능한 한 집에서 챙겨간 것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나는 참 왜 이럴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이 되어 아이와 밤바다가 보고 싶었어요. 어릴 적 외삼촌들과 왔던 밤바다 생각이 났습니다. 대포항의 튀김집에선 여전히 새우튀김을 팔고 있었는데, 어느새 현대식으로 정리된 먹거리 골목이 많이 생소했습니다.

호객 행위는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입구의 집에서 튀김을 샀는데, 덤을 많이 주겠다던 말과 다르게  양에 비해 비쌌습니다. 아이는 처음과 다른 말에 억울해하는  창피해하며 빨리 가자고 저를 잡아 끌었습니다.


어릴 적 물건 값을 깎던 친정 엄마를 떠올렸고,빠른 걸음으로 숙소로 돌아온 밤의 기억은 제가 조금은 진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 주겠다는 덤을 굳이 달라하던 제 모습이 우스꽝스러웠어요. 청승에 주책에..이불을 뒤집어 썼습니다.


강원도의 바다는 언제나 그렇게 그곳에 있었습니다.

달라진 건 제 나이와 훌쩍 큰 아이.

예뻤습니다.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과 푸른빛,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과 즐기려는 수많은 사람 사람들.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컸어요.

바다를 언제까지고 바라보며 모래사장에 앉아있고 싶었습니다. 서울로 가기 싫었어요.

여름마다 그랬지만, 올여름은 특히 집에 가기 싫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2월 1일. 나에게 장미를 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