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아나 Nov 28. 2023

그래서, 그랬구나

엄마에게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싶어요. 70세에 돌아가신 어머니께 당시 45세였던 딸내미가 몰랐던 걸 2023년에야 알게 된 걸 고백하는 글을요.


우습지요. 만 4년이 지났을 뿐인데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안다는 사실이요. 이렇게까지 어리석어도 되는 건가요. 나름 이 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교육을 받았다는  인간이 가장 소중한 어머니의 마음하나 헤아리지 못했다는 건요. 학위든 뭐든 다 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너 따위가 뭐냐고 니가 한 게 냐고 창피한 줄 알아라. 시간이 다시 오냐고 넌... 아무것도 아니라며 패주고 싶습니다.


어머니는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유일한 내편. 해결사이자 제가 사는 이유였어요.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해 존재하고 싶었고,  품은 저를 살게 했습니다. 건강한 모녀관계가 아니다, 분리가 안되었다 흉봐도 좋습니다. 우린 그랬어요. 간섭이 싫지만 필요했고요. 바리바리 챙기는 게 귀찮지만, 없이 살 순 없었습니다.

분기별로 다투며 우리 둘은 살고 살았어요.


엄마가 갑자기 하늘로 가시던 날은 기어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임종도, 이별의 말도 우리 사이엔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순간이 없었던 나았을 지도요. 안 봐도 뻔하지요.


엄마가 사시집에 사는 저는 매일 엄마가 그래서 그랬구나 생각합니다.


"운전할 때마다 잦은 급 브레이크를 밟던 엄마. 요즘 내가 그래. 그때 나는 이해 못 하고 속으로 멀미 난다고 원망했어.

아이 등하교를 하며 자꾸 급 브레이크를 밟는 날 보며 엄마를 생각해. 둔해지는구나."


"저녁을 준비할 때 부엌불 켜는 걸 깜박 잊고 하던 엄마. 내가 슬그머니 켜드리면 이렇게 밝은 세상이 있냐고 말씀하셨지. 요즘 내가 그래. 엄만 우리 먹이는 것에 몰두하느라 그러셨지."


"엄마, 내가 갱년기가 돼 보니 알겠어. 엄만 얼마나 힘들었어?

난 정말 몰랐어. 상상도 못 했어. 곁에서 위로 한마디 안 한 딸이 얼마나 서운했겠어. 이렇게 지치고 무기력한 걸 어떻게 견뎠어? 미안하고 미안해."


엄마가 그때 그래서 그랬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어떤 발걸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