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이 아쉽다. 아직 커피도 없는 이른 아침, 아이를 학교 앞에 내려준다. 길 건너엔 요즘 들어 부쩍 키가 큰 총각 셋이 머리를 맞대고 서 있다. 친구를 기다리는 그 새를 못 참고 게임을 하는 것일까. 내 잔소리 18번. 차 조심하고 밥 잘 먹어라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차문을 닫고 아들은 벌써 저만큼 친구들을향해 간다.
병설 유치원3년과초등 6년. 9년을 하루같이 지나온 이 길은 절대로 어제 일 같지 않다. 길었다. 힘들었다.싱글맘은외로웠다. 책임감이란그런 것이다. 아이가 아무리 이뻐도 힘든 건 힘든 것. 친구들이 좋고 학교가 좋다며 전학 가기 싫다는데, 굳이 아이뜻을 무시하기 싫었던 그때의 나. 왜 그랬니 싶다가 잘했다 싶다가.. 후우. 오늘 할 일 중 제일 중요한 임무를 마친 가볍디 가벼운 마음으로 라디오 주파수를 바꾸는데,
일주일에 한 번 신간을 소개하는 프로는 오늘이 피 같은금요일임을 일깨운다. 갑자기 마음이 편해진다. 세상이 아름답고 모든 게 용서가 된다.
외로움이 상할까 봐 냉장고에 보관한다는 어느 천재 만재 작가님의 한 구절을 듣는 순간.
턱. 가슴을 치는 신선함이란 신상 스무디를오더 할 때보다, 올해 들어 첫 귤을 깔 때 코끝을 스쳤던 새콤함보다 싱그러웠다. 외로움을 신선하게 보관하고 싶다는 건 해묵어 보이는 너덜함도고이감싸며 너 그래도 된다는 의미. 그 다정함 앞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