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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아나 Sep 09. 2024

사랑이라서

그 나이에 경험을 해봤다면 좋았을걸 그랬다. 중고등 때 빵집에서 미팅하는 친구는 있었지만 난 그러면 절대 안 되는 줄 알고 있었다.

아들에게 먼저 데쉬한 여자 친구가 있다. 책에서 배운 데로 가볍게 받아들였고, 그럴 수 있다고 선을 지키며 예쁘게 지내라고 하던 차였다.


어느 날, 난데없이 여자 친구 어머니의 문자를 받았다.  

둘이서 우리에게 감춘 게 으며, 딸 가진 엄마의 우려의 목소리였다. 친구는 학원 끝난 후 아들을 만나려고 자전거를 타고 집 앞에 왔고, 아들은 내게 핑계 대고 나간 것. 어머니는 제시간에 오지 않은 딸아이가 걱정돼서 화가 나있었다.


아직 어린아이들. 혼날까 봐 숨긴 이유가 가장 클 것을 너무 알고 있다.

자초지종을 듣자 하니, 아들은 첫 여자 친구인데 아쉽게도 전 남자 친구 얘기로 아들에게 상처를 준 적이 많단다. 그럼에도 괜찮다며 관계를 유지했고, 여자친구는 미안하다며 헤어지자는 말을 반복한 것 같았다. 순간 화가 났다. 이런 내 마음은 어른의 마음일 뿐 아들은 모두가 알아버린 지금 두 사람 사이가 돌이킬 수 없다며 울었다. 이놈이 나 죽어도 이렇게 울까 생각이 들었다.


친한 친구로 지내. 선은 넘으면 안 돼. 그래야 부모님들이 인정하는 친구사이가 될 수 있어. 이해하겠니?


환장하게도 놈은 계속 울었다. 여드름 난 얼굴과 아직 앳된 녀석의 눈물은 나의 농도 짙은 모성애를 훅 건드렸다.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무조건 아이 마음을 다독이고 안아주는 게 너무 급해지고, 가슴이 뛰었다.

거짓말 안하고, 선은 넘지 말라고 겨우 달랬고, 아이는 지키겠노라 약속했다. 남녀공학에서 어차피 경험할 일인데 아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 또한 가르쳐줘야 할 것이었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사춘기 여린 아이들은 악의도 없고, 세상을 모른다.


한 달쯤 흘렀다. 아인 다시 밝아졌다. 나는 사실 감시라고 할 것도 없이 주시하며 믿고 있다.

한 번쯤 일어난 지난 일의 약속을 지키리라 믿고 있는 거다.

친정 엄마는 내게 많이 속았다고 느끼셨는지 자식은 속고 또 속는 존재라 하셨다.

나는 믿고,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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