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다. 엄마의 흔적은 서랍 한 구석 고이 접어놓은 옷가지, 수첩, 벽에 걸린 동생 어릴 적 사진, 그리고 시계. 아마 내가 ×마트에서 사서 드린 걸로 기억한다.
약속 시간보다 늘 먼저 가서 늦지 않는 분이셨다. 시간과 약속은 엄마 몸에 배어 있는 것. 그렇지 못하면 불안하고 그래야만 하는 것. 나 또한 지금까지 그렇다.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성실함과 신뢰다.
엄마의 투명한 삶을 존경했다. 흔히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하는데, 내 엄마가 그랬다. 자유로운 영혼인 난 엄마가 답답해서 왜 성인인 나를 믿어주지 않고, 늘 걱정하는지 반발했다. 20대엔 20이라, 30대엔 30이라 반항했고, 40대엔 무조건 공감해주길 바랬다. 그 걱정 어린 말은 어미로써 자식에 대한 본능임을 새끼를 낳아본 이제 깨닫는다.
십 대 아들이 나를 많이 닮았다. 속상했다.
그 시절 엄마에게 바라왔던 걸, 내가 하지 못했던 걸 아이에게 쏟아냈다.
혼이 났으면 다음 날 아침엔 네가 먼저 엄말 찾아야 맞지, 언제까지 말 안 하고 있을래.
왜 엄마를 모른 척 방안에 들어가니, 난 항상 너를 사랑하고 네 편이라고 했잖아
아직은 엄마가 네 보호자인데, 왜 가르치는 데로 하지 않니.
엄마가 가슴으로 흘리는 눈물이 안 보여?
엄마가 힘든 게 안 보이니?
엄마,
엄마 가슴은 쥐어짜듯 속상하고 아팠다는 걸 그땐 몰랐다. 내 가슴이 나로 가득 찰 때, 엄마 가슴은 나로 가득 차있었다는 걸..
엄마의 시계에 새 배터리를 넣었지만, 아직도 5분 빨리 가고 있다. 마치 자식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굳은 마음을 먹으라는 듯. 아이를 위해 성실히 움직이라는 듯. 시계를 볼 때마다 엄마를 떠올리고 네 자식 잘 보듬으라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