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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아나 Jul 30. 2024

나는 방학이 싫어요

아들의 그 말은 초등 때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이 있는 학교가 좋다는 것. 형제자매가 없이 외롭게 자란 탓일까.

그래도 어릴 때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 아들을 챙기기 바빠서 섭섭함을 느낄 새가 없었나 보다.


하루 세끼 꼬박해줘야 하는 방학이 싫다는 건 엄마들에게 들어온 소리다. 그런데, 중학생인 아들은 여전히 방학이 싫다는 거다. 이 시점에 나는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 아빠 없는 싱글맘이라 그런가

아빠가 있으면 좀 나을까. 그건 내 경험상 그럴 수도 있다. 중학생 정도면 엄마 말고 아빠와 나눌 이야기도 있을 것이고, 뭐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둘, 멋진 해외여행을 못 가서 그런가

방학마다 척척 비행기태워 해외여행을 했으면, 지치도록 놀고 집으로 왔더라면 그 말이 안 나왔을까

셋. 여자친구가 보고 싶어서 그런가

방학이라고 밖으로 도는 아이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닮아 약속 있는 주말이 아니면 집에 있으니.


나는 노력하고 있다. 호캉스 가서 조식 먹는 걸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2박 3일 다녀왔고, 집도 깨끗하게 유지하고, 좋아하는 복숭아 사줘, 고기 반찬해서 삼시세끼 차려주려 애쓴단 말이다. 억지로 공부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다. 스스로 방학 계획 세우라 했다. 그런 내 가슴에 오늘도 아들은 한 마디를 박는다.



방학이 너무 싫어

학교에 가야 공부도 흥미 있고 좋아



이유가 어떻든 죄책감에 작아진다. 방학이라고 충분히 즐기게 해 준 적 없어서 그런가 보다. 마음 같아선 10박 12일 유럽 여행으로 넓은 곳에 풀어주고 싶건만.

미안하다. 집이 좁다.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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