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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아나 Jul 01. 2024

중1 아들은 연애 중, 나는 관찰 중

중1 아들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일 맞다. 촉이 좋은 내가 먹성 좋은 녀석이 입맛이 없다고 할 때 눈치채지 못했다니, 그런 건 또 날 닮아서 왕년에 연애만 하면 입맛이 떨어져서 하늘하늘했던 내 몸매 생각에 또 한 번 씁쓸하다.  중학생이니 가능한 일이라고, 여자 친구가 먼저 고백했다는 걸 꼭 집어 얘기하고 싶다. 가만히 공부하던 내 아들이었다는 걸 굳이 밝히고 싶다. 잘난 척일까. 괘씸함일까. 솔직히 싫다. 말리는 엄마다. 


귀엽다.. 너도 고등 한 번 보내봐라. 다들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면서 지내.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호들갑 좀 떨지 말라는 하늘 같은 선배맘님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시시콜콜 묻지 않으려고 많이 참는다. 가만 보면 요즘 친구들은 연애라고 해서 둘이 죽고 못 사는 우리  연애의 개념과 다르다. 그저 같은 반 친구지만 좀 더 특별한 사이. 문자나 전화를 많이 하거나 더 자주 만남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사진을 봤더니 친구도 가정교육 잘 받은 참하고 바른 학생이다. 그런데, 꼭 그래야 했을까 여자 친구가 굳이 커플링을 끼워 놓았더란 말이다. 내 아들 손가락에. 꽈악.


하얀 플라스틱 반지에 무슨 문양이 있는(안경 끼고 보니 하트였음) 아마 자신들만 아는 것 같다. 웃었다. 귀여웠다. 아치러웠다.  엄마 마음에 조금 더 예쁘고 좋은 반지를 사주고 싶다는 정신없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다. 그것도 좋다고 끼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어린 연애. 그래. 너희들 마음 안다. 나도 그 시절 영어 선생님을 미친 듯이 좋아했었다. 혹시나 복도에서 만날까, 매점 가는 길에서 만날까 가슴이 쪼그라들었고, 마주치기라도 하면 친구들이 까악소리를 지르며 내 이름을 불러 재꼈다. 난 질문을 억지로 쥐어 짜냈다. 하필이면 영어 회화 선생님이시라 일주일에 몇 번 뵙지도 못했지만, 주책바가지 친구가 됐다고 됐다고 해도  찍어준 선생님 사진을 액자에 넣어 무슨 집안 가보처럼 간직했었다.


나도 그땐 머릿속 가득히 지금의 성시경 닮은 선생님뿐이었다. 꽃 같은 나이의 지나가는 일. 그러기에 아이들의 감정은 무시할 것이 아니다. 인생의  어느 때보다 깨끗하고 순진한 추억의 다이어리 한 장씩 써 내려가는 일인 것이다.

나의 십 대는 아름다웠다기보다 작작할 것 그랬다고 기억되지만, 아들은 아름다운 십 대를 보내길 바란다.

 일도 알아서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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