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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Jul 14. 2024

감각을 되살리겠어요


난 오래된 노래를 좋아한다. 20세기의 노래는 가사가 꽤나 솔직하다. 현 시대의 가사가 가진 솔직함의 매력과는 다르다. 오래된 연인의 내밀한 심정을 그려내는 가사와 그에 입혀진 서정적 멜로디. 듣고 있다보면 자연스레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좋아하는 옛시절의 노래는 서울대트리오의 다정한 연인들. 손잡고 걸었던 연인의 옆모습을 사념하게 하고, 다른 이들에게 털어놓을 수 없던 고민과 고충을 털어놓고 포옹을 선물 받았던 연인의 품을 사념하게 한다. 거기에 더해진 기타 선율은 또 얼마나 다감한지. 합리적 고민을 하느라 잊었던 충만한 감정을 되살리기 충분하다.


그리웠어요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감에 쌓여가는 의무감과 소화 못한 응어리들로 감정의 혈관은 두터워져 소소한 즐거움과 설렘은 잊고 다시는 그런 정서를 되찾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렇다. 오랜만에 이 공간에 돌아온 나는 이곳에 글을 남기는 것조차 어색할 정도로, 짧고 일의적 글에 익숙해져있다. 어쩌면 그 글에 익숙해졌다기보단 그렇게 글을 써야한다는 의무감에 익숙해졌다는 말이 맞으리라.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던 원동력은 여러 갈래로 읽힐 수 있는 글을 좋아하는 마음, 여러 갈래의 감정을 느껴왔던 모세혈관 같은 내 감정의 선로가 아니었던가. 꽤나 오랫동안 잃어버린 감각이다.


돌아온 이유는 내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기운 내기 위해 밥을 먹고, 일정을 위해 몸을 움직이며 잃어간 즐거움을 되살려준 사람 덕분이다. 음식의 맛을, 여정의 설렘을, 새로운 것에 대한 감명을 일깨워준 그 덕분에 나는 다시 한 번 나의 내밀한 감정을 쌓아올리기로 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브런치 열심히 쓰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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