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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trarian Professor Stella May 30. 2024

무엇이 데이터 스토리텔링을 특별하게 만드는가?①

관점 부여

|관점 부여-원자료 삐딱하게 보기|



눈치가 조금 빠른 독자라면, 첫 번째 챕터에서 내가 여러 형태의 원자료를 바탕으로 데이터 스토리텔링의 의미에 대해 사실적 분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즉, 글로벌 기업들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부족 문제와 그로 인해 기업 내에서 제대로 된 데이터 분석이 되지 않아 사장되고 있는 다크 데이터의 현황 등 정량적 데이터 (예, 숫자)를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정리해 보았다. 


결국 지금까지는 앞서 정의한 데이터 스토리텔링--'데이터 분석의 힘과 스토리텔링의 매력적인 요소를 결합하여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변화를 이끄는 강력한 도구를 만드는 작업--중에서 '데이터 분석'을 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원자료로부터 매력적인 요소를 발굴해서 데이터가 가진 인사이트를 전달할 수 있을까? 혹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데이터 스토리텔링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는 동일한 데이터라 하더라도 데이터 스토리텔러가 해당 데이터에 대한 배경지식과 새로운 관점으로 데이터를 해석해 내는 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같은 데이터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아래 <북한이탈주민 입국현황>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자료에 대해 어떻게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깊게 이야기를 해 보겠다. 


<표1>북한이탈주민 입국 현황 (2002~2023)

                                                                                                                                           (source: e나라지표)


<표2> 여성 북한이탈주민 입국자 추이 변화 (1998~2018)

                                                                                                                                         (Cheong, 2022:150)



<북한이탈주민의 입국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데이터에 대한 관점 부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가 왜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 여러분들에게 내 박사 연구와 관련된 배경 설명을 하고 싶다. 

  

나는 서울에 있는 천주교 재단의 한 봉사단체에서 2013년 북한이탈청년들을 처음 만났다. 그전까지 평범한 남한 시민으로서 북한이탈주민과 만날 일은 전혀 없었고,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사실 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과의 첫 만남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고, 그들과의 만남 이후 나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아니 중고등학교 때 통일 교육이라며 몇 번 특강으로 들었던 내용이 전부였던 '분단과 통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겁도 없이 내 남은 삶을 통일과 통일 이후의 남북한의 평화로운 통합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야무진 다짐을 하며 영국으로의 유학길에 올랐다. 내가 처음 북한이탈청년들을 만났을 때에는 그들의 말이며, 행동에서 사뭇 다른 것을 느끼긴 했지만, '그들'과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었다. 그러나 연구를 하면 할수록 '그들'과 '우리'는 70여년의 분단을 겪으며 완전히 다른 시민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있었다. 그리고 연구 초반에 북한이탈주민 입국 현황을 보면서 데이터에서 매우 독특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바로 이 특이점에 대한 해석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의 박사 연구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다시 데이터에 집중해 보자. 


위의 데이터 중 <표1> 북한이탈주민 입국 현황 (2002~2023)과 <표2>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 입국자 추이 변화 (1998~2018)를 보면서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나? 사실 두 데이터를 특별히 비교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데이터 스토리텔레로서 내가 처음 '북한이탈주민 입국 현황' 데이터를 보는 순간 발견했던 특이점에 대해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즉, 위의 데이터는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으로 입국해서 통계를 측정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2023년까지 그들의 입국 현황을 성별 (남/녀)로 구분해서 보여주고 있다. 데이터 스토리텔러인 나는 이렇게 일반적인 데이터 세트를 보면서 여러 관점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한다. 첫째, 북한이탈주민이 2008년과 2009년 무렵까지 대한민국으로 입국이 급격하게 늘다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1998년에는 전체 입국자 중 여성 북한이탈주민의 비율이 12%에 불과했지만 2001년부터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2018년에 이르면 여성 북한이탈주민의 비율이 무려 85%에 달한다. 이것은 데이터가 보여주는 분명한 특이점이고, 바로 데이터 스토리텔링은 이러한 특이점을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특이점을 통해 바로 한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 '도대체 왜 여성 북한이탈주민들이 이렇게 많이 대한민국으로 입국하고 있을까?' 사실 조금만 더 연구를 하면 이러한 현상은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들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영국 혹은 기타 다른 유럽 국가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부터 해석, 즉 숫자 이면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이 대거 북한을 탈출하기 시작한 시점을 다수의 연구자들은 1998년으로 보는데, 1990년대 중반 북한을 휩쓸었던 대기근 (Great Famine), 그리고 지금은 러시아로 알려진 전 소비에트 연방 (소련)을 포함한 공산주의 국가들의 몰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기근과 북한을 지원해 주었던 아군인 공산주의 국가들이 붕괴되면서 북한은 철저히 고립되었고, 국가에 의한 배급 시스템을 가진 북한 경제 시스템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다. 그렇게 식음료, 약품 및 생필품의 공급이 끊어지기 시작한 때가 바로 1990년대 중반이었다. 그래서 이때를 나의 연구 참여자들인 북한이탈주민들은 '미공급시기'라고 불렀고, 학문적으로는 'Arduous March (고난의 행군)' 시기라고 불린다. 이때 평양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북한 시민들은 순수하게 먹을 것과 약을 구하기 위해서 두만강을 넘어 조선족 자치구인 연변 (수도: 옌지)으로 탈출을 했다. 안타깝게도 표에서 보이는 1998년부터 대규모의 북한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그들의 조국을 탈출했고, 또 그중에서 북한과 중국의 국경 지대에 거주하는 인신매매범들은 상당수의 북한여성을 불법으로 납치하거나, 때로는 가난과 허기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중개업자들에게 딸을 한족이나 조선족 남성과 결혼할 수 있도록 주선함으로써 많은 수의 북한 여성들이 중국으로 이주하게 되었다(Lankov, 2004). 정말 슬프게도 그 당시 그리고 그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중국 내 여성 북한이탈주민의 약 80~90%가 인신매매, 성착취, 인권유린 등의 피해자로 추정하고 있다(Kim et al., 2009; Choi, 2014; Lankov, 2004; Yoon IS, 2020). 이러한 이유로 인권교육 측면에서 여성 북한이탈주민과 관련된 이슈는 매우 중요하며, 많은 연구자들이 관련된 연구를 통해 중국 및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실상을 밝히고 있다. 






다음은 세 가지 다른 형태의 세계지도 (이미지 데이터)를 보면서 어떻게 이 세 개의 이미지 데이터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여 해석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다.  


첫 번째 지도 (a. 유럽 중심의 세계지도)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세계지도이다. 서양에서는 유럽과 대서양이 중심에 오는 지도를 사용하고 있고, 정확히는 본초자오선의 기준인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가 세로 정중앙에 위치한다. 특히 이 지도는 메르카토르 도법의 왜곡에 의해 실제보다 더 커 보이는 효과를 거두는데, 유럽 중심의 세계지도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극동의 끝 변방에 위치한다. 이 유럽중심의 지도는 Global North 관점에서 유럽 중심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a. 유럽 중심의 세계지도

(이미지 출처:Google)


반면에 두 번째 지도 (b. McArthur's Universal Corrective Map of the World)는 스튜어트 맥아더가 12살 때 (1979년) 처음 출판한 수정된 세계 지도이다. 지도에서 보이듯이, 호주를 맨 위에 배치함으로써 첫 번째 유럽중심의 세계지도에서 보여주는 북미와 유럽중심의 전통적인 지도 방향에 전면적으로 배치된다. 이 지도의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지만 전통적인 지도와 비교해서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즉, 위에서 아래로 밝은 갈색에서 어두운 갈색으로의 그러데이션을 사용하여 호주를 강조하고 아시아, 북미, 유럽의 중요성을 감소시킨다. 이러한 시각적 기법은 지도의 메시지를 강화하고, 게다가 지도에는 "남쪽이 산다, 남쪽이 지배한다. 호주 만세, 우주의 지배자"라는 문구로 끝나는 유머러스한 텍스트가 포함되어 작가가 가진 호주 중심의 극강의 내셔널리즘 (국수주의)이 강하게 투영되어 있다. 


맥아더의 이 지도는 단순한 지리적 표현이 아니라 전통적인 지도 제작의 편견에 대해 저항한 것이며, 호주를 위쪽에 배치함으로써 그동안 북쪽이 위로 향한 세계지도의 방향에 (즉, 유럽중심의 세계관)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독자들이 세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b. McArthur's 호주 중심의 세계지도

(이미지 출처:ICA Commission on map design)



마지막 지도(c.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강리도)는 1402년(태종 2)에 좌정승 김사형(金士衡), 우정승 이 무(李茂)와 이 회(李薈)가 제작한 세로 148㎝, 가로 164㎝의 대형 세계지도로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포함하는 지도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강리도의 원본 중 하나는 현재 교토의 류코쿠(龍谷) 대학에서 보관 중이고, 다른 한종은 에도 시대 혼코지(本光寺)에서 이를 복사하여 덴리 대학에서 보관 중이다 (위키피디아, n.d.).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15세기에 유일하게 아프리카 대륙이 그려진, 세계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지도이다. 그러나 이미지에서 보이듯이 실제 모습과는 많이 왜곡 (중국이 지도의 반을 차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중심의 세계관과 소중화사상이 여과 없이 드러난 당대의 조선시대 학자들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c.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

(이미지 출처: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본)



|나오며|


요약하면 지금까지 살펴본 숫자 및 이미지 데이터 (지도)는 단순히 인구통계학적 변화나 특정 지역의 위치 정보만을 제공하는 데이터일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보는 방식이 문화적 및 역사적 맥락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특정 관점 (예컨대, 유럽 중심적 관점 혹은 중화문화 중심의 관점)에 의해 고정되어 있지 않았는지 성찰해 보고 대안적인 관점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데이터 스토리텔러로서 데이터를 바라볼 때 데이터 그 자체는 목적이나 메시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며, 데이터가 보여주는 특이점을 다양한 관점에서 읽어보려는 (해석) 노력을 할 때 데이터 스토리텔링이 보다 특별해진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번 챕터에서 다룬 데이터 스토리텔링을 보다 특별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써 관점 부여하기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관련해서 질문이 있거나 데이터 해석과 관련해서 자신만의 경험을 아래 댓글 쓰기를 통해 공유해 주신다면 이후 챕터를 집필하면서 여러분들의 질문과 의견에 답을 드리도록 할게요.   






|더 읽어 볼 자료|


1. 7 Powerful Techniques in Data Storytelling: Crafting Compelling Narratives with Data

2. Shape the perspective of your storytelling with data

3. 강양석.(2021). 데이터 리터러시: AI 시대를 지배하는 힘. 서울:이콘

4. Cheong, M. C. (2022). Imagining Peacebuilding Citizenship Education: An investigation of the experience of North Korean migrants as ‘bridge citizens’ (Doctoral dissertation, UCL (University College London)).

5. Choi, E. (2014). North Korean Women's Narratives of Migration: Challenging Hegemonic Discourses of Trafficking and Geopolitics. Annals of the Association of American Geographers, 104(2). doi:10.1080/00045608.2013.862129.

6. Kim, E., Yun, M., Park, M., & Williams, H. (2009). Cross border North Korean women trafficking and victimization between North Korea and China: An ethnographic case study. International Journal of Law, Crime and Justice, 37(4), 154-169. doi:10.1016/j.ijlcj.2009.10.001

7. Lankov, A. N. (2004). North Korean Refugees in Northeast China. Asian Survey, 44(6), 856-873. doi:10.1525/as.2004.44.6.856.

8. Yoon, I. S. (2020). Cosmopolitanism: The Foundational Ground for a More Inclusive Understanding of Belonging to Protect the Human Rights of North Korean Stateless Women. International Migration, 58(2), 6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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