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분카레 Jun 28. 2024

2. 이러다가 몸짱 아줌마?

<  건짱 & 몸짱 _건짱은 필수, 몸짱은 덤  >

승모근 부위가 아파서 책상에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물리치료를 다니면 나을 줄 알았다. 몸은 오랫동안 고통받은 일들로 참았다가 어느 날 토해내듯 아팠다.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말라고 아우성쳤다. 갈증으로 물이 마시고 싶어질 때는 이미 몸은 수분부족 상태라고 한다. 목마르기 전에 물을 마시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통증도 느낄 정도면 이미 증세가 진전되었다는 뜻. 아프기 전부터 적절한 운동을 했었어야 했다. 운동을 한다곤 했는데 몸을 쓰는 양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일주일 정도 물리치료를 받았다. 일시적 진통제 역할만 할 뿐이었다. 염증이나 뼈의 문제가 아닌 이상 약물이나 기계의 힘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병원 치료로 운 좋게 통증이 사라진다 해도 이 역시 일시적인 현상일 것 같았다. 점점 몸의 근육은 빠질 테고 언제든 다시 적신호를 보내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걷고 스트레칭하는 것만으로는 빠지는 근력을 막을 길은 없었나 보다. 스스로 힘을 기르는 일만이 근원적 치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력운동을 결심했다. 


헬스장을 찾았다. 내 생애 헬스장을 다시 찾을 일은 없을 줄 알았다. 재미없는 곳, 지루한 곳으로 낙인이 찍힌 곳이다. 아픈 데는 장사 없다는 말을 절감하며 어쩔 수 없이 다시 찾았다. 아픈 곳을 이야기하고 운동의 목적을 전했다. 코치는 내가 예상했던 대로 근력운동이 필수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우선 10회의 PT를 제안했다. 


 헬스장의 많은 기구들은 초보자인 나를 압도했다. 무게만큼이나 묵직하게 다가왔다. 트레이너의 코치를 받으며 기구 하나하나의 목적을 배웠다. 늘어지는 근육들과 긴장되는 근육들 사이 시원함과 아픔이 교차했다. 헬스가 재미있는 운동이란 걸 알게 되었다. 전에는 따분하기만 했는데, 한 기구에서 타깃이 된 근육이 삼 세트를 하는 동안 조금씩 쌓인다고 생각하니 신기하리만큼 재미가 있다. 더구나 근육이 강하고 빠른 동작에서 만들어 지기보다는 느린 동작에서 효과가 있다고 하니 동작 하나하나가 신중해진다.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등의 통증은 소강상태가 되었다. 믿기기 힘든 효과였다. 코치는 '제가 대학병원 의사보다 낫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코치의 운동 찬양은 과연 그럴만했다. 


더 이상 참지 않고 통증으로 아우성을 친 등에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덕분에 운동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아프지 않았다면 여전히 건강에 자만했을 것이다. 걷는 것과 스트레칭만으로 충분하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이참에 근력운동의 중요성을 톡톡히 느끼고 덤으로 다가올 갱년기에 맞설 준비를 하기로 했다. 갱년기로 힘들어하는 주위 언니들을 보면 잠을 못 자고 체중증가로 고민이 많았다. 근력이 몸의 호르몬 변화에 대해 완충작용을 해준다고 하니 한번 믿어보기로 하자.  


자신감이 생겼다. 늘어진 뱃살이 짱짱한 복근으로 거듭날 날을 상상하니 운동이 더욱 재미났다. 말랑한 뱃살을 만지작거리며 놀리던 아들딸에게 지금 실컷 만져두라고 했다. 얼마후면 탄탄한 복근이 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 거라 했다. 아이들이 코웃음을 치는 이유를 알지만 즐거운 상상은 깨고 싶지 않았다. 


굽어지는 등과 얕아지는 다리, 그리고 튜브형의 뱃살이 중년 이후의 상징적인 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말린 어깨를 펴고, 허벅지와 종아리를 탄탄하게 만드는 역행자의 길을 걸어보고 싶다.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열의가 넘칠 시기이다. 부디 오래오래 운동에 흥미를 잃지 않길 바랄 뿐이다. 운동으로 건강도 찾고 몸짱 아줌마도 되는 그날을 향해 첫걸음을 떼어놓은 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 통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