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에서 올라온 채소 이야기 : 제주 레몬 편
마트에 잘 진열된 채소들을 고르다 보면 이 농산물이 어떻게 자라서, 어디서 오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기에 일반 소비자들은 더욱더 채소 소비의 기준을 외모와 가격으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방식으로 채소를 기르고 계신 생산자님들과 직접 나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글리어스 채소박스에 든든한 한 켠을 책임져주신 숨은 주역들이시죠. 마트에서 무심코 채소를 집을 때는 알 수 없었을 산지의 채소 이야기를 지금부터 직접 확인해보세요.
Part 1. 제주 레몬 이야기 (김순심 생산자님)
레몬은 특히 껍질에 과육보다 더 많은 영양분이 담겨있고, 겉껍질을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는 재료이기 때문에 생산자님 부부는 더욱더 친환경 농법을 고집하고 계십니다.
농사 전에도 원래 친환경으로 음식을 많이 사 먹었어요.
농사를 하면서도 당연히 친환경만 생각했지, 농약은 생각도 없었죠.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농약을 생각해본 적이 없으시다는 생산자님. 그 덕에 농사 초반부터 건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신 땅은 토심이 깊고, '초생재배*'와 '천적재배**'를 적극 활용하여 친환경 인증을 받은 약재조차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노하우를 전수받은 친환경 농법을 통해 산도 5.5의 가장 좋은 토질을 유지하고 계십니다.
*초생재배 : 과수원 같은 곳에서 깨끗이 김을 매주는 대신에 녹비, 목초 등을 마투 밑에 가꾸는 재배법. 토양침식방지, 제초노력절감, 지력증진, 수분 보존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음
**천적재배 : 화학적 농약이 아닌, 먹이사슬을 이용해 작물에게 피해를 주는 병해충을 제거하는 재배 방법
좋은 레몬을 위한 오롯이 1년
레몬의 제철은 겨울입니다. 하지만 좋은 레몬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1년 내내 사람의 손길을 참 많이 필요로 한답니다.
- 새순이 나는 시기에는 진딧물 같은 것들이 잎에 꼬이지 않도록 관리해주어야 해요.
- 4~5월이 되면 꽃이 피어요. 열매가 달릴 때 꽃잎이 시들어 있는 부분에 습기가 지면, 곰팡이가 피기도 하기 때문에 마른 꽃잎을 따주는 작업을 합니다.
- 벌레가 생기는 여름 시기가 가장 힘이 들어서 병해충 예방에 큰 노력을 들입니다. 약재를 사용해도 잘 없어지지 않는 깍지벌레 같은 것 때문에 '천적재배' 농법을 활용하고 있어요. 또 열매의 무게로 가지가 부러지지 않게 가지를 잘 매달아 주는 작업도 해야 해요.
- 11월, 초록 레몬의 수확기가 다가오면 내년을 위해 열매가 달린 가지를 눕혀줘야 해요. 위로 뻗은 레몬 가지를 옆으로 눕혀야 거기서 싹이 나고 열매가 나는데, 이런 작업도 굉장히 힘이 많이 들어요.
이렇게 1년 내내 땀 흘려 정성스레 기른 레몬을 한겨울에 제철을 맞이하면 수확하게 됩니다.
소비자가 깨끗한 농산물만 찾을수록
농부들도 약을 더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1년 내내 사람 손을 많이 거쳐야 하고, 농사 과정에서 필요한 약재를 최소화하는 바람에 못생기고 흠있는 레몬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레몬들은 영양과 맛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못난이'로 분류되어 시장에서 외면당하기 일쑤입니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산지에서는 그에 맞춰 약을 사용하거나, 더 예쁜 모양을 위한 추가적인 가공 단계를 추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물론 플라스틱 쓰레기, 토양에 좋지 않은 농약, 불필요한 노동력 등이 발생하게 되죠.
그래서 어글리어스에서는 겉모습은 투박할지라도 건강한 방식으로 자란 다양한 농산물을 구출하고 있습니다. 못생겼지만 개성 있는 농산물을 자연 그대로 바라보는 눈으로 바라봐 준다면, 좀 더 건강한 모두의 식탁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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