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 Jun 17. 2022

임신했을 때 서러움 (1)

여자 인생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임신 7개월 때. 그때도 명절이었을까?

착한 며느리 인척 했는 나는 남편과 함께 시댁에 전화를 드렸다. 정말 명절날마다 전화할 때마다 얼마나 심장이 쿵쾅 거리던지...


시아버지와 관계는 단 한 번도 좋은 적은 없었지만

그날도 역시나 했던 날이었다.


나는 그때 당시 아들을 임신했었고, 그 시댁의 첫 손주였다.

시아버지는 그날, 나에게 태어날 아기 이름을 지어주신다고 하셨다. 만약 내가 시아버지와 그전부터 좋은 관계였고, 그분이 내가 존경할 만큼 아님 적어도 나에게 그동안 예의를 지키면서 날 대했던 사람이었더라면 나는 정말 흔쾌히 부탁을 드렸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매번 안하무인에 함부로 막말하는 그에게

내 소중한 아이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 내가 평생 부를 이름이고 내가 가장 많이 부를 이름이니깐.


나는 말씀드렸다

| 며느리 :

"죄송하지만 아버님, 저희가 생각한 이름이 있어서 그걸로 하고 싶습니다."


시아버지는

| 시아버지 :  

"그럼 너희가 정한 이름 리스트를 보내보아라. 내가  안에서 정하겠다"라고 하셨고 


| 며느리 : "그러시면 저희가 정한 이름 리스트를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저희 친정 부모님께 보내서 양가가 만족하는 이름으로 정할게요."라고 말씀드렸다.


내 아이는 우리 부모님에게도 첫 손주이기에 나는 당연히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다.

시아버지는 본인이 한발 물렀는데 자기 뜻처럼 되지 않은 며느리의 모습에 1차 화가 나셨던 것 같다.


두 번째는 아이가 태어나는 달이 9월이었는데 갑자기 일방적인 통보로 1월에 아이를 보러 오시겠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였다. 나의 스케줄과 남편의 스케줄은 전혀 고려하지 않으신 채로.


그때 당시 나는 조교로 일 하고 있었는데

1월에 오신다고 했던 날짜는 겨울 방학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되는 그쯤이었다.

첫 시부모 방문인데 나는 일을 해야 되는 상황이고, 아이도 있고 나는 많은 고민을 하였다.


첫 번째 걸림돌은, 그의 성격이 보통이 아닌데, 지금도 한국에 전화하면 저렇게 함부로 해서

내 마음을 힘들게 하는데, 내가 그가 왔을 때 과연 감안하고 지낼 수 있을까?

애 앞에서 저 사람과 안 싸우려나?라는 생각이었고


두 번째는, 내가 조교일도 해야 되고 갓난아기도 봐야 되는데 내가 며느리로서 그들의 식사를 차릴 수 있으며, 과연 며느리 노릇을 할 수 있을까? 그땐 학기 중이라 어디 다 같이 여행 가기도 어려운데

그들은 그걸 많이 바랄 텐데


정말 많은 생각들이 들었고 정말 많은 고민 끝에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 며느리 :

아버님, 정말 죄송해요. 아기 보러 오시고 싶으신 마음은 너무 잘 알겠어요. 하지만 저랑 남편이 그때는 학기 중이고 너무 바쁜 시기라..

멀리까지 오시면,  제가 며느리로서 더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큰데, 그 시기에는 제가 신경을 많이 못써드릴

 같아요. 혹시 저희가 여름 방학하는 시기에 오셔서 저희랑 같이 여행도 하시고, 함께 지내시면서 아이도 보시고 하는  어떠실까요? 제가 방학에는 여유가 있으니   모실  있을  같아요.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자기가 가겠다고 맘먹었는데 못 오게 한다고 앞뒤 다 자르고 그 부분에 2차 화가 나셨다.


시아버지는 갑자기 남편한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또 흥분 버튼을 켜시더니

나를 대상으로 욕을 (1818) 하시며, 쌍욕을 하시고 


| 시아버지 :

"두 번 다시 너희한테 가는 일 없어!! 인연 끊어!!" 하고

 "또" 본인 할 말만 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으셨다.


정말 나로서는 이해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이었다.

뭐 시댁 식구들과 남편의 말을 인용하자면, 나에게 직접적으로 욕을 하진 않았다고 주장하던데

(그럼 간접적으로 하는 건 괜찮은 건가?)

임신 7개월 만삭 임산부를 향해 욕을 하다니.

그동안 참고 있던 화가 (임신에서 더 그랬을 수도..) 올라왔다. 나는 시아버지께 연락을 드렸다. 너무 화가 나서 그가 전화를 받으실 때까지 했다.

그리고 전화를 받으셨을 때 말씀드렸다.


| 며느리 :

"그렇게 인연 끊자 인연 끊자 매번 말씀하시는데, 끊으세요. 당장. 그리고 임신한 저한테 욕하신 거예요?"

아버님은 아이 보실 필요도 없으실 것 같네요. 저도 아이 보여드릴 생각 이제는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한 번 더 저에게 그리고 제 가정에 이렇게 함부로 하시고 소리 지르시는 일 한 번 더 생기면, 전 더 이상 좌시하고 있지는 않겠습니다"

라고 말을 전달하고 나도 내 할 말만 하고 전화 끊었다.


정말 남들은 10개월 마음 편하게 이쁨 받으면서 임신 출산한다던데  나는 뭐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때처럼 서러웠던 적도, 그때처럼 화났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때 생각을 하면 내 아이에게 뱃속에 있을 때 좋은 감정, 좋은 상황들을 못 해준 거에 많이 미안하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화가 난다.

그의 무례함의 끝은 여기서 끝나진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이건 빙산의 일각이구나 싶다.


아마 한국에 있었음 난 그의 많은 무례함을 더 많이 마주 했어야 했을 것 같다.  그런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성격은 그 와 더 많은 트러블이 있었을 것 같다.

한편으로 외국에서 살고 있는 상황이 나를 구해주고 있는 상황인 것만 같았다.


내 남편은, 할 말 다 하는 와이프와 화만 내고 있는 그 시아버지 사이에서 중간에서 갈피를 못 잡고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한 달 뒤,

시어머니와 남편의 통화에서 나는 아주 소름 돋는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전 04화 시아버지 어록의 시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