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 Jun 17. 2022

시아버지 어록의 시작

그리고 며느리의 반항의 시작

내가 며느리라는 타이틀을 달고 맞이하였던  명절인  같다.


나는 그때 당시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었고, 내 남편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한국 어느 명절날, 시댁에 안부전화를 드렸더니 시아버지 하시는 말씀이


| 시아버지 :

"며느리가 외국에 있어도 명절날 와서 전도 부치고, 제사 준비도 하고 해야지"

"나중에 영상 통화할 테니 이쁘게 옷 입고 우리한테 절해"라고 말씀하셨다.


누구에게는 별수롭지 않은 말 일 수도 있지만,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좀 이상하게 들렸다.


본인 아들도 외국에서 공부시키고 있으면서, 아들은 고생한다고 하고  같이 공부하고 있는 며느리는 외국에 있어도 한국의 제사를 신경 써야 되고, 전을 부치러 가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1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너무 꼬아서 생각했을까?)

 

나는 그분이 절대 그럴리는 없었겠지만 말 한마디라도

"너희 외국에서 고생한다. 명절 잘 보내고. 나중에 한국 오면 보자"라고 한마디만 해줬어도  

며느리로서 못다 한 내 역할에 대해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은데

내가 듣고 싶은 말들을 들으면서 살 수는 없는 게 인생 아닌가 싶어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분명하게 남편에게 전달했다.

| 와이프 :  

"오빠, 나도 공부하는 사람인데, 말씀을 하실 때 아버님이 우리 상황을 좀 배려해주시면 나는 정말 감사할 것 같아"라고.


남편이 이런 내용을 시아버지에게 전달을 했는지 시아버지가 매우 열받아하셨다.


그 이유는

내가 불만을 본인 아들을 통해서 말했다며, 불만 있음 본인에게 직접 말하라며 심기가 불편하다 했단다.

그가 화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착한 며느리 인척 했던 나는 또 안절부절못해서 한국에 전화를 드렸다.

그 시아버지의 기분을 풀어드리려고.


시아버지는 대뜸 내 전화를 받으시고는 소리를 꽥 지르셨다.

| 시아버지 :  

"전화하지 마!!!!" (딸깍 끊음)

내가 어리둥절해서 다시 전화드리니

| 시아버지 :

"너 내가 전화하지 말랬지!!!!,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너, 너희 부모가 널 그렇게 가르쳤어?!"


첨에 나는 좋게 말씀을 드리고 싶었지만, 나의 소중한 부모님을 건드는 그의 모습에 화가 났다.

그때부터는 나도 한두어 발의 총알을 장전하고 어려웠지만 그에게 내 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게 아마 첫 반항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말씀드렸다

| 며느리 :  

"아버님,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저희 부모님이 저 버릇없게 키우신 적 단 한 번도 없으시고 항상 어른을 공경하라고 가르치셨어요. 저는 그런 부모님의 가르침을 받고 자랐습니다"


| 며느리 :

"그렇기에, 집안의 가장  어른이신 아버님께  불만이 있다 한들 직접적으로 말씀드릴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조금  배려하시면서 말씀을 하셨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남편에게 말했는데 그게 그게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하네요"  하고 


시아버지는 한참 주춤거리더니

| 시아버지 :

"나는 말을 가려서  ,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말하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이야. 그걸 네가 받아들여야지, 내가 말하는  네가  "네네" 하고 받아들여야지, 우리  사람으로 되었으면" 라고  하셨다 


| 며느리 :

"아버님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한 명이 말하고 네네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화를 하고 싶으시다면 제 이야기도 들으시고 아버님 말씀도 하시는 게 맞습니다. 앞으로 서로 대화를 하시죠"

라고 했더니


시아버지는 자기 뜻대로 흘러가지 않은 이 과정에 또 흥분을 하시기 시작했다.


그러고 마지막에 나에게

| 시아버지 :

"아휴 내가 좀 더 잘 알아보고 우리 아들을 장가를 보낼걸 그랬다. 후회된다"라고 말하셨다.  


나는 솔직히 내가 저런 말을 들을 만큼 내 값어치가 낮다는 생각도 없었고, 들을 이유도 없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무슨 아들 가진 게 아주 큰 권력인가? 하는도 들고, 그다지 대단하지도 않은 아들 가지고 갑질을 하는 그가 꼴 보기 싫었다. 그래서 당돌하지만 나도 그에게 한마디를 날렸다.


| 며느리 :

"아버님 그러시군요. 많이 후회되시나 봐요. 아휴 그런데 아버님.  저도 오빠랑 결혼하기 전에 아버님이랑 어머님이 어떤 분들이 신지, 오빠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좀 더 자세히 파악하고 결혼을 할걸 하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고, 그걸 간과하고 오빠 하나 보고 결혼을 한 게 너무너무 사무치게 후회가 되네요"라고 맞대응했다.


그러니 시아버지는 어이가 없었던 건지 아님 나랑 이야기를 해봤자 남을 게 없다고 생각을 한 건지 아님 화가 난 건지 암튼 전화 끊자 하고 끊으셨다.


이렇게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1차전이 끝났다.


이때부터였을까? 저 시아버지한테는 절대 내가 밀리면 안 되겠다는 촉이 본능적으로 왔던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