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상 요양'이 인정되었다.

공무원에서 공상공무원으로

by 해봄

아마 교사를 비롯해 공무원들 중에서도

주변에 '공무상 요양'을 승인받은 사람을 쉽게 보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교사들 중에서는 '공무상 요양'에 대해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유치원에서 '걸어 다니는 복무 사전'으로 여겨졌던

나는, 지독히도 부당함의 연속이었던 날들을

보내던 와중에 꽤 큰 사건을 겪게 되었다.

안 그래도 취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에서

그렇게 큰 사건을 겪고, 안타깝게도 기관으로부터

받아야 할 사후 조치조차 받지 못했다.


누군가는 이 일련의 과정과 결과를 은근슬쩍 내 탓

으로 돌렸고,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에서, 아찔한 사건을 겪고

불안정한 상태의 나는 끝없는 자기 검열에 빠졌다.

이 모든 게 정말 내 탓인가?




이런 자기 검열은 결국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

이라는 불로 이어졌고,

몸이 아주 약한 상태라는 것은 이 불덩이에 기름을

부어 엄청난 신체화 증상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내 삶과 교직생활, 모든 것이 박살 났다.

그 사건으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제 겨우 약의 힘을 빌려 소소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조차도 매일 가능하지 않고

며칠을 쉬어야 하루의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물론 내 탓이 없다고 할 순 없겠지,
사람들 사이의 일이란 건 절대 한 사람의 잘못으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니까.
어쩌면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에너지 소모일지도 몰라.

라고 생각했고, 이 생각을 여전히 되뇌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병원 진료를 받던 중

의사 선생님께서 나에게 물으셨다.

유치원으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제가 봐온 유사한 사례에서는 복직하면
99퍼센트 재발합니다.




그래. 난 유치원에 돌아가기 싫었다.

유치원이라는 공간이 나에게는 공포의 동굴이었다.

하지만 난 유아교육에 큰 애정을 갖고 있는데,

적어도 우리 반 아이들과 아이들 교육에는 언제나

진심이었고 최선을 다했는데......!


그런데 이젠 내 진심이나 유아교육에 대한 애정과

관계없이, 나의 유치원 교사 복직은 불투명해졌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기적적인 수준으로 좋아지지

않는 한' 트라우마의 공간으로 돌아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하셨다.





그날 집에 와서 세상이 무너진 듯 하루 종일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내가 지금까지 애정을 가져오던, 무수한 노력으로

이루어낸 것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

다는 두려움, 허망함, 그리고 억울함


그리고 조금씩 나를 조여 오는 자기 검열과 비하

"정말 내 탓인가....?"

물론 내 탓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제 와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의미 없고

얼마나 비합리적인 사고인지 알지만,

자기 비하를 마음속에서 뚝 잘라내 털어낼 수 있다

면 그건 우울증 환자가 아닌 것이었다.




이러다가는 내가 나를 더 위험에 빠트릴 것 같아

'걸어 다니는 복무 사전' 답게

공무상 재해 신청을 결심했다.

공무상 재해 신청은 공무원 연금공단 및 인사혁신처

에 내가 겪은 사건과 피해를 입증해 내 아픔이

개인의 질병이 아닌

'공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와 질병으로 인정받기

위한 절차이다.


사고를 당했다는 공식적 증빙자료는 없는 상황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질환이라

승인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승인 과정이 가시밭길이란 건 안 봐도 훤했지만,

그래도 도전하고 싶었다.





만약에 완치가 되지 않아 복직을 못하게 된다면,

내 의지와 관계없이 타율적으로 공립유치원 교사

자리를 내놓게 된다면,

난 더 깊은 우울에 빠지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끝없는 자기 비하와 함께.....!




가능성이 높지도 않은 공무상 요양 신청을 위해서,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서류를 준비했다.

각종 의료기록을 가능한 대로 다 준비하고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도 공식 자료는 없었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비공식 자료들은 넘쳐났기에!


서류를 만드는 것보다

과거의 일들을 직면하는 것이 아주 큰 고통이었다.

자료 하나하나에 지금껏 겪어온 일들이 생생히

남아있었고, 다시 되새기는 건 최악이었다.

그래서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렇게 공무상 재해 보상을 신청했고

3달이 지난 이번 주, 결과가 통보되었다.

결과는 승인 , 가결 승인


이제 내 아픔은 공식적으로

'공무 수행 중에 발생한 사고 및 질병'이 되었다.



마음이 한껏 놓였다.

이제 더 이상 지난 시간들로 인한 아픔에
'나 때문에'라는 죄의식은 가지지 않을 것이기에..!
자기 비하에 빠지다가도 이성적 사고를 되찾을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이제 난 공무상 재해를 입은

'공상공무원' 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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