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목소리가 왜 이렇게 작아졌어?

by 해봄

벌써 휴직한 지 8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휴직을 하게 될 줄이야

이렇게 오랫동안 병이 낫지 않을 줄이야


유감이고,

아직 복직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요즘 들어 조금씩 나아짐이 보여 희망적이랄까...!




나에겐 아직 '유치원 교사'스러운 행동과 말투,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

어쩌면 '이게 내 원래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언제나 작은 일에도 즉각적인 반응속도,

조금은 오버하는 것 같은 느낌의 리액션,

동화구연을 하는 것 같은 리듬감 있는 말투까지,

온몸으로

"나 유치원 교사예요"를 뿜어내는 중이다!


이런 내 모습에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나 자신은 내가 '유치원 교사의 스테레오 타입'같은

행동을 보인다는 걸 매번 인식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휴직 8개월 차,

확연하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마음속에 조금의 화도 없다.

유치원 교사가 되기 이전의 나는

'내가 화를 못 느끼는 건가?'싶을 만큼 화가 없었다.

물론 유치원에 입사하고 나서 매일이

화에 집어삼켜지는 것 같은 내 모습을 보고,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지만...!


요즘은 웬만한 일에 '화'라는 감정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교사가 되기 전의 나로 돌아온듯한 작은 느낌,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모든 것이 '진짜 본연의 나'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교사 김해봄이 아닌 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 두 가지 희망 만으로도 용기가 생기는 요즘이다.




그런데 어제,

유아교육과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해온 내 모습을

잘 알고 있는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해봄이 목청이 많이 작아졌네?!"


그렇다. 이 또한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유치원 교실에서 소란스러운 아이들의 목소리

사이로 교사가 말을 하려면 목청이 커져야 한다.

그렇게 평소엔 속삭이듯 말하던 내 목소리도

복식호흡으로 뿜어내는 큰 목소리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진짜 '나의 목소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휴직 8개월 차, 이제 조금씩

'내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휴직 기간은
유치원 교사라는 틀에 맞추어 억지로 만들어냈던 가짜 모습을 지우고

'진짜 내 모습'을 찾아볼 기회를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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