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더 꼼꼼하게 꿰맬 거야
못 입는 옷을 잘라 곱창밴드를 만들었다!
수전증인 손으로 바느질을 한다는 게 두려웠지만,
뭐 어때?
곱창밴드는 바느질이 삐뚤빼뚤해도 완성했을 때
티가 나지 않는다.
우울 세상을 만나기 전, 바느질은 내 취미였다.
동대문에서 마음에 드는 원단과 부자재를 고르고,
나에게 필요한 자잘한 소품들을 직접 만들어가는
그 시간들이 어찌나 소소하지만 편안했는지,
잔잔하게 행복하고 안전하다는 느낌. 참 좋았다.
우울 세상을 만난 후 심한 수전증으로
바느질해 볼 엄두도 못 내다가,
어제와 오늘 오전에 나에게는 굉장히 큰 용기였던
어떤 사건을 치르고.......!
큰 용기의 파장으로
작은 용기가 솟아올라 오랜만에 바늘을 잡아보았다.
당연히 삐뚤빼뚤, 손은 덜덜덜 떨며
이곳저곳에 바늘을 찌르고 빼기를 반복해야
겨우 한번 한 땀을 바느질할 수 있었다.
힘들지만 오랜만에 바늘에만 집중하는 이 시간이 싫지 않았다.
완성을 했고, 썩 만족스러운 퀄리티는 아니었지만
마음에 드는 셈 치기로 했다.
내 작은 용기가 준 결과물이니...!
문득 내 마음은 왜 꿰맬 수 없는지 아쉬웠다.
내 마음도 바느질할 수 있다면,
상처 난 마음을 손에 쥐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꼼꼼히 꿰매 버릴 텐데,
나에게 우울증을 안겨준 기억들은 꿰매고 또 꿰매어 바느질로 덮어버릴 텐데, 보이지 않도록.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갈기갈기 찢긴 마음의 상처, 상처가 가져온 우울은
내 곁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때로는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 크게 휩쓸기도 한다.
이제는 '우울하지 않은 느낌'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우울이 나의 일부가 되어버린 지금,
이제는 이 우울을 어떻게 하면 잘 달래서 적당히 데리고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
우울과 떨어질 수 없다면,
갑자기 크게 밀려오는 우울에 휩쓸리기보다는
차라리 바느질로 꿰매어, 단단하게 꼼꼼히
나에게 안정적으로 붙어있었으면 좋겠다.
갑자기 훅 크게 왔다 사라지는 우울보다는,
내 일부처럼 붙어있는 우울이 덜 무서울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