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 사람의 행동일 뿐
유독 기가 빨리는 날이었다.
무거운 숙제를 끝내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왔고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났다.
분명 시간을 꽉 채워 이야기가 오갔는데,
시원하지가 않았다. 속이 텅 빈 시간을 보낸 느낌
'이게 내가 우울증이라 우울해서 그런 건가?'
내 기분과 행동에 스스로 '정신질환자라서'라는
이유를 떠올리는 내 모습에 깜짝 놀랐다.
오늘 모임에서 '정신질환자인 것 같은 동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계시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 친한 언니도, 비슷한 동료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에 '정신질환자인 것 같은 동료'로 인한 고통에 너무나 공감되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정신질환자'가 맞을까...?
성격 형성이 반사회적으로 되었을 수도 있고,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지나치게 강할 수도 있고,
공감 지능이 부족한 사람일 수도 있다. 공감능력이 부족하면 당연히 타인 입장을 고려할 수 없으니,
상식적으로 이해 안 가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나조차도 나의 행동에 '우울증이라서'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정신질환자'로 표현하는 걸 듣는 게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정신 질환은 '질환'이다. 병이란 거다! 아프단 거다!
치료가 필요한 상태,
뇌나 신경이 고장 난 상태,
물론 '미쳤다'로 표현되는 행동이 대표 증상인 정신질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정신 질환자가 '미친'건 아닌데?
생각해보면 오늘 내 기분과 느낌도 '우울증이라서'그런 게 아닌데? 그냥 내가 그렇게 느꼈다는 건데!
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를 잘 아는 언니는 오늘 모임에서의 내 모습이,
'포기한 사람'같았다고 했다. 이 말에서 확신을 얻었다. 그리고 언니의 시선이 정확했다.
'우울증이라서'가 아니고,
'오늘의 회의가 마음에 쏙 들지 않았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을 내는 걸 포기했기 때문에' 시원한 느낌을 못 받은 거다.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뭔가 사회적으로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행동과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을 보면 흔히
'정신질환자여서' '정신질환자 같아서'라고 말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냥 그 사람의 행동이 그런 거다.
그 사람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 안 되는 행동인 거다.
그 사람의 행동이 나쁜 거다.
'정신질환자여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