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은 좀처럼 낫질 않는다
3월이 되어 드디어 병가라는 것을 사용하게 되었다.
유치원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우당탕탕 사건들이
이제 나와는 관련이 없음을,
스무고개가 끝날 때까지 나올 수 없는 그 회의실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나를 지키기 위해 온갖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긴장감을 버려도 된다는 것을,
처음엔 실감조차 하지 못했다.
병가를 시작한 3월 한 달 동안 많이 아팠다.
그동안 억지 유치원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억압해왔던 우울과 신체적 피로가 쏟아지듯이 터졌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만 있었고, 일어날 힘도 없었다. 무기력이 온 마음과 정신을 지배했다.
마치 침대에 흡수되는 것 같은 기분,
해소되지 못한 깊은 한과 눈물과 함께.
한 달간 거의 시체처럼 지냈다.
사람들은, 친구들은 나에게
"이제 마음 놓고 좀 쉬라는 거야, 마음껏 놀고 여행 다니고 푹 쉬어. 날도 좋은데 집에만 있지 말고"
그런데 그 감사한 위로의 말이, 부정적 신념이 가득한 우울 환자에게는 꼬이게 들리기도 했다.
'나는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든데?'
'평범한 일상을 지내는 것조차 버거운데?'
'난 내가 좋아하던 많은 것들도 할 의욕이 없는데?'
'난 이 병으로 내 모든 가능성을 잃은 것 같아 너무나 참담한 심정인데?'
'난 지금 숨쉬기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다들 이 병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는 것 같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나도 우울증을 겪기 전까지는 그저 그냥 기분이 처지는 병으로만 생각했기에.
하지만 실제로 겪은 우울증은 정말 무섭고도, 무거운 병이었다. 흔하다고 해서 절대 가볍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내게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말하지 않고 그저 옆에서 나를 환자로 생각하지 않고 평소처럼 대해주는 인연만을 만나고 있다.
이렇게 부담을 주지 않고 내 아픔을 존중해주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내 인복에 감사함을 느꼈다:)
심지어 나에게 우울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쉬는데 왜 더 심해져?"라고 말씀하셨다.
어이가 없었다. 공감능력이 적은 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마치 "아프다고 해서 내가 쉬게 해 줬잖아, 그런데 왜 안나아?"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본인들이 기여해서 생긴 병인데 아직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모습.
어른에게 그런 마음을 먹는 건 예의가 아니지만,
굉장히 어이없고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증오가 타올랐다.
그저 나를 나약하고, 여린 교사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 우울은 분명 유치원 일하는 과정에서, 공무수행 중에 발생한 것이 명확한데도..!
그래서 난 공무상 재해를 신청하기로 결심했다.
공무상 재해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내가 겪었던 아픔과 사연들을 하나씩 되짚어 정리하고, 증거자료를 찾아 내 아픈 기억을 직면해야 해서
어쩌면 치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억울해서,
기가 차서,
내 망가진 교직생활과 교사로서의 명예를 이렇게나마 되찾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하고 또 준비했다.
준비과정은 남들에게 티 내지 않았지만 상처에 뜨거운 물을 뿌리는 것 같은 고통이었고
나는 이제 겨우 신청과 접수를 끝냈다.
이제 공단의 승인만을 기다리면 된다.
부디 나의 한이 풀릴 수 있기를,
"쉬는 데 왜 안 나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쉬어서 나을 병이면 애초에 휴직할 거리도 아니다"라고 결과로 답해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