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넘실거리는 파도 같아
나는 2주에 한 번씩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소소한 상담과 약물처방을 받는다.
2주 전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제 슬슬 약을 줄여가 봅시다!
다음번에는 몸이나 감정 변화를 더 자세히
의논하고 감약 도전해도 좋겠어요:)
10개월 만에 드디어 감약의 빛이 보였다.
약 한 알 줄일 때마다 적응하느라 고생하겠지만
8알의 항정신성 약물을 복용하느라 너무 지쳤기에,
감약을 도전해보자는 말이 빛처럼 밝게 들렸다.
그런데 2주 만에 상태가 많이 악화되었다
나는 감약할 수 있을까?
내일은 병원에 가는 날이다.
감약 여부가 결정되는 날이기도 하다.
감약을 도전해보는 게 좋을지,
감약이 오히려 현재 상태에 무리가 될지,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2주를 보냈다.
사실 난 고민이 없었다. 무조건 감약 도전이었다!
요즘은 밥도 잘 챙겨 먹고, 몸무게도 유지 중이고!
잠도 아주 잘 자는 건 아니지만 많이 나아졌고!
페트병 뚜껑을 못 따서 눈물이 나지도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구나'는 생각도 안 들었다!
심지어 '휴직을 의외로 짧게 하겠는걸?' 싶기도 했다.
그런데
정확히 이번 주부터, 급격히 상태가 달라졌다.
화가 나야 할 일에 화가 안 나고!
신체화 증상이 너무 심해졌다!
이 글 쓰는 지금도 열 손가락이 달달 떨리는 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식욕을 잃었다.
정성스레 아침밥을 해주는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오늘은 도저히 아침밥을 못 먹겠어서 늦잠을 자는 척했다. 사실 새벽 5시부터 깨어있었는데...
화가 나야 할 상황이 분명 있었는데도 화가 안 난다.
화가 안 난다고 편하지도 않고 그저 냉소적인 느낌?
정말 화가 안 나는 걸까?
아니면 내가 방어기제로 화를 억압하는 걸까?
나도 내 감정 변화의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만약에 억압 중인 것이라면,
신체화 증상은 지금부터 상승곡선일 거다.
억압된 것은 점점 터져 나오기 마련이니까!
내일 나는 의사 선생님께 뭐라고 말해야 할까?
감약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은 꾹 참고
이 상황을 먼저 설명드려야겠지.
이번에도 감약은 어려울 것 같다.
또 스트레스가 꾹꾹 눌려있다가 터진 모양이다.
왜 몸이 SOS를 보내는 지경이 되어서야 내가 힘들었다는 걸 알게 되는 걸까,
우울증 경력도 이쯤 되면 스트레스가 쌓이기 전에 내가 먼저 눈치챌 만도 한데...!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해도 우울하고 힘들고,
이것저것 해보는 것도 스트레스받고 힘들면,
대체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 걸까?
아직도 모르겠다.
남들은 일 쉰다고 부러워하지만,
'쉬는 게 아니라 실컷 아프고 있어요'가 정확하다.
세상 예민하면서 정작 나한텐 너무나 둔감한 내가 너무 밉다.. 이쯤 되면 나아질 때도 되지 않았니...?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눈물이 나야 하는데
왜 눈물이 안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