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려낸 발레 홀.

뚝딱거려도 괜찮아

by 해봄

취미 발레를 시작한 지 벌써 1년이다.

처음에는 내 하루에 유치원만 있는 게 너무 싫어

저녁반으로 시작했는데,

우울증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세 달만 하고 쉬게 되었다.



휴직 이후에는 오전반으로 옮겨

일주일에 두 번씩 힐링(을 가장한 생존게임) 중이다.


따사로운 오전 10시의 발레 홀은,

햇살이 홀을 가득 채우고,

발레에 맞게 편곡된 피아노 음악이 울려 퍼진다.

북적북적해서 정신없던 저녁반과 달리

인원이 적어서 한층 여유롭다.




그만큼 선생님의 집중 터치.... 도 이루어진다.

우리 발레 학원은 학원 수업 이후에 친목이 없는 분위기라 참 좋다.

발레 시간만 딱 즐기고 서로 응원하고 안녕.

발레복 골라 입는 재미까지!

발레는 우아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호흡 한숨까지 힘을 주며 조절 중이다.

오죽하면 '힘들어도 안 힘든 척하는 게 발레'라는

책이 있을 정도이니,

운동량도 생각보다 많다.

사실 이 정도 운동량은 나에게는 무리이다.

발레를 하고 나서 집에 가면 씻고 바로 누워야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일주일에 두 번 발레 학원에 성실히 출석한다.

여기선 내가 아무리 뚝딱거리고 휘청여도 괜찮다.
때로는 중심을 잃고 유지하던 자세가 틀어져도
웃고 넘길 수 있다.
복잡한 생각은 던져버리고 오직 내 힘, 호흡, 자세, 음악에만 집중하니 발레가 끝나고 나면 정말 모든 잡생각을 다 쏟아낸 듯 시원하다.


나는 우리 발레 학원의 공식 뚝딱이이자

종이인형이지만,

누구보다 힘들어하면서도 즐겁게 발레하고 있다:)


우울증이 심해 집 밖에 나오지 못하던 시절에도 발레 가는 날 만큼은 어렵사리 현관문을 열고 나와

움직이는 기회가 되었다.


아직도 나는 많이 아프지만,

그래도 이제는 일상생활이 꽤 가능해진 것은

'햇살 가득한 발레 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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