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봄 Oct 29. 2023

엄마 아빠는 늦잠 잤어요

그럴 수 있단다

월요일 ‘마다’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월요일에 할 이야기가 많아 보이면

주말 지낸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주말에 어디에 가서 뭘 했는지’ 자랑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주말 지낸 이야기를 그리고, 쓰고, 발표하고, 묻는다.

잘 그리지 못해도, 잘 쓰지 못해도 괜찮다.

이곳은 못해도 ‘해보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해봄 선생님의 교실이니까!


주말 지낸 이야기 발표에 선생님도 예외는 없다.

항상 가장 먼저 발표하는 사람은 나다.

내 주말 지낸 이야기는 보통 병원에 가거나 집에서

쉰 이야기였다.


친구와 선생님의 주말 지낸 이야기를 듣고 난 후,

항상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진다.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어느 날 한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은 왜 주말에 어디 안 가요?




질문을 한 아이는 매번 주말마다 어딘가를 다녀오고

아이의 어머님은 주말 지낸 이야기를 하지 않은

월요일에는 그 이유를 묻곤 하셨다.

아이가 주말에 수영장을 다녀왔는데 발표하지 못해

속상하다고,

아이가 속상한 걸까 부모님이 속상하신 걸까?

사실 아이는 수영장 다녀온 이야기를 놀이시간에

거의 모든 반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



주말에 따로 외출을 하지 않는 분위기의 가정이거나

부모님이 오히려 주말에 바쁜 가정의 아이들은

1학기까지만 해도 주말 지낸 이야기를 어려워했다.

더 정확히는 떠올리기를 어려워했다.


선생님, 저 주말에 집에만 있었는데요?
집에 누구와 있었니?
아빠랑 동생이요.
그럼 집에서 가족들이랑 무얼 했는지 생각해 봐!


선생님 저는 주말에 과자 먹었는데요?
맛있었겠다! 무슨 과자 먹었니? 즐거운 주말이네!


선생님 우리 엄마, 아빠는 주말에 늦잠을 자요!
선생님도 주말에 엄청 늦게 일어나! 어른들 중에는
주말에 푹 자고 쉬기가 필요한 사람도 있어!


무려 한 학기를 격려하고,

일상에서 소재를 끌어내는 것을 알려준 결과

2학기부터는 주말 지낸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우당탕탕, 어린이들이 사는 집에만 있을 에피소드!





선생님의 주말 지낸 이야기는 사소한 쉼이지만

아이들의 주말 지낸 이야기는 사소한 재미였다.

동생이 방바닥에 화장품을 발라놓은 일,

새로운 과자를 먹기 위해 본인이 한 노력,

부모님이 주무시는 동안 몰래 했던 재밌는 놀이,


그들의 주말 이야기는 시트콤 못지않게 재미있었다.

아이들은 더 이상

주말 지낸 이야기에 어딜 다녀왔는지를 자랑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부모님들의 모습도 등장했다.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대는 우리 반,

시간이 갈수록 가족이 되는 것 같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