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가 세상의 가장 작은 단위라면 컴퓨터의 비트처럼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 존재하지 않은가? 0과 1이 디지털이라면 0.5는 존재하지 않는 게 디지털이다. 그렇다면 세계의 최소 단위가 원자라면 0.5원자 단위는 없다. 이것이 정말 아날로그인가?
디지털이란 연속된 값을 사용하는 아날로그와 반대로 띄엄띄엄 떨어진 값을 사용하여 정보를 가공하고 구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디지털 정보는 0과 1로 이루어진 비트 신호이다.
계단식으로 정보가 오간다는 뜻이다.
디지털 신호를 사용하는 이유는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신호를 인식할 최소한의 수준으로 정보를 남겨두고 나머지 부분을 잘라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신, 즉 인터넷을 대표하는 방법이 되었다.
반대로 아날로그는 현실 그 자체를 의미한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빛은 연속적이다. 반대로 컴퓨터 화면은 픽셀 단위로 끊어진다. 우리가 말하고 듣는 소리도 같다. 그래서 스피커로 소리를 듣고 모니터로 화면을 보는 게 실제로 보고 듣는 것에 비해서 해상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주는 신호에 비해 우리가 받아들이는 신호는 사실 아날로그가 아니다. 우리는 디지털처럼 세상을 해석한다.
자동차 바퀴가 빠르게 돌아가는 장면을 본 적 있는가?
일정 속도를 넘어가면 바퀴가 마치 거꾸로 도는 것처럼 보인다. 빨라졌다가 느려졌다가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바퀴가 거꾸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쯤은 안다. 왜?
우리 눈이 인식할 수 있는 FPS(초당 몇 장의 이미지를 인식하는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눈의 원리는 조금 더 복잡하긴 하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60fps가 우리 눈의 한계라고 가정하면, 초당 60바퀴를 돌아가는 바퀴를 보면 멈춰있는 것처럼 보인다.
초당 61번 도는 바퀴를 보면 다시 천천히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고, 초당 59번을 돌면 천천히 되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우리 눈은 세상을 1초에 60장밖에 볼 수 없다. 그런데 어떻게 현실 세계와 연속적인가?
양자역학조차 우리가 관측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관측이라는 행위가 현실을 만든다고 말한다. 수천 년 전 철학이 아니라 21세기 IT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 학문인 물리학에서조차 세상이 디지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무엇이든 정답이 될 수 있다. 과거의 정답이었던 것이 틀렸던 적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것이던 한 가지로 귀결된다. 분자, 원자, 양성자, 전자, 쿼크 등 수많은 과학자들이 세상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 중이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더 작은 단위가 있을 것이라 말한다. '단위'가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 세상은 얼마나 작은 단위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배운 것은 쿼크 까지다. 쿼크를 구성하는 입자가 따로 발견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발견된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것 또한 또 다른 '단위'이기 때문. 일각에서는 세상이 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도 있다.
결국 세상은 불연속적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디지털 세상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