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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Feb 26. 2024

사랑에 임하는 세 가지 자세

사람 이야기

 - 노트르담 드 파리     


콰지모도: 그대 위해서라면 모든 걸!

프롤로: 가질 수 없다면 누구도!

페뷔스: 마음 움직이는 데로 갈 뿐!     


1831년 발표된 빅토르 위고의 ‘Notre Dame de Paris’는 1400년대 말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입니다. 인간 본성의 문제를 잘 표현했다고 해서 프랑스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답니다. 1998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뮤지컬이 초연되어 프랑스의 국민 뮤지컬이 되었고, 현재까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연하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05년 오리지널 공연으로 초연되었고 2008년부터는 라이선스 공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고의 넘버는 여주인공인 에스메랄다에 대한 세 남자의 연정을 노래한 ‘belle’입니다. 세 남자가 각자의 목소리로 연인을 향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종지기 콰지모도는 추악한 외모를 자책하면서도 그녀에 대해 순수한 연정을 품습니다. 노트르담 주교 프롤로는 종교적으로 갈등하면서도 그녀에 대한 소유를 갈망합니다. 약혼녀가 있는 청년장교 페뷔스는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새 연인으로 향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셋은 노래합니다. “단 한 번만 그녀를 만져볼 수 있게 해주오!” 아름답다는 의미인 belle은 초연 이후 프랑스 음반차트 44주 연속 1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사랑 혹은 사랑을 얻기 위한 세 남자의 선택은 삼인삼색입니다. 사악한 성직자 프롤로는 종교적으로 번민하면서도 목적을 위해서라면 과정을 문제 삼지 않습니다. 내가 가질 수 없는 사랑이라면 누구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왜곡된 사랑이 모두를 파멸로 이끕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며 종교적 번민과 사랑의 상처에서 벗어나려 하는 전형적인 악인의 모습입니다.

     

저격병이었던 군시절, 총소리에 지속해서 노출돼 오른쪽 청력에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대사 없이 노래로만 공연하는 ‘송스루(song through) 뮤지컬’은 청력에만 의지해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 뮤지컬은 상징적 퍼포먼스가 포함돼 있어 뮤지컬만으로 모든 걸 이해하기 어렵네요. 뒤늦게 원작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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