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노는 물에 씻겨 내려간다
어떤 슬픔은 새로운 감각을 감싸 안는다
어떤 기쁨은 한 조각 바람에 쓸려 사라진다
어떤 황홀은 손톱만한 후각에 눈을 뜬다
훗날 사랑할 것을 알면서도 미워하는 것
훗날 환멸낼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것
물에 쓸려가지 않는 열분은 어느 순간
뿌리가 되어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새롭게 나타는 감각은 알지 못했던 곳에
나의 이름을 올리게 만든다
바람에 실려 날아간 환희는 그림자를 남겨
그리움의 길이를 자꾸만 재게 만든다
향기로 깨어나는 찬란은 일순간
향수로 뒤덮어 첫 순간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