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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Apr 24. 2024

외국인 남자친구와의 문화차이

나는 그런 게 없는데

SNS를 하다 보면 발견하는 '국제연애'에 대한 소신 있는 발언들. 그리고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문화차이나 언어장벽. '나는 외국인은 남자친구로 못 사귀겠어, 문화차이가 너무 심해'라는 말이라던지, '외국인은 못 만나겠어 냄새가 나' 등의 글을 보고는 한다. 나는 지금 남자친구와 사귀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에게 한 가지 해주고 싶은 말은 '사람마다 정말 다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인도 한국인들마다 다르고, 맞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듯이 외국인들도 그렇다. 같은 아시아 사람이더라도 백인의 영향을 많이 받고 그들의 뿌리 문화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생김새만 비슷할 뿐, 문화차이를 많이 느낄 수 있는 것이고, 뼛속까지 백인 문화에서 자랐지만 후천적으로 아시아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노력한다면 문화차이를 덜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


상대방이 나의 문화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나 또한 소위 말하는 '서양 문화'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그 간격은 더 좁아질 수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미국의 리얼리티 쇼나 드라마를 찾아보던 스타일이었고, 그때 자연스럽게 '미국인들은 이런가 보다'하는 문화적 이해도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국의 발라드를 좋아했고, 2세대 케이팝을 좋아하며 컸지만, 동시에 미국 흑인 힙합을 좋아하고, 미국 연예인들의 가십 뉴스를 좋아하며 자연스럽게 미국 배우나 가수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는 미국이 아니지만, 미국과 가깝기 때문에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고, 미국의 배우나 가수들은 그들에게 익숙하기도 하다. 또한 캐나다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성공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나의 남자친구는 필리핀계 캐네디언이지만, 그는 일본과 한국 문화를 좋아하며 자랐고, 그의 부모님은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시는 분들이었다. 한국 음식도 나를 만나기 전부터 먹어봤던 경험이 있고,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한국인 친구가 있었다. 대학교 때 또한 한국인 유학생들과 어울리기도 했다고 했고, 그 또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 특히 미생. 그래서 그런지 동아시아의 문화에 대해서 제대로, 잘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았고, 나와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온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남자와 그 남자가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여자가 만나서 우리는 소위 말하는 '문화 차이'라는 것이 없다.


그는 필리핀계이지만, 필리핀에 대해서 아는 것은 나랑 비슷한 수준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문화적으로 충돌하는 경우는 없다. 또한 사람 성향도 한 몫하는 것 같은데, 내 남자친구와 나, 둘 모두가 서로랑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사실 외국인과의 연애는 정말 케바케, 사바사이기 때문에 '외국인이랑 사귀니까 이렇다더라'와 같은 말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 같은 한국인이랑 만나더라도, 같은 한국어를 쓰더라도 말이 안 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정말 사람 바이 사람이다.


MLB를 좋아하고, 흑인 힙합을 좋아하고, 또 미국 연예인들의 가십을 많이 알고 있는 것, 미국의 미친 리얼리티 쇼를 보는 그녀. 한국의 '미생'을 좋아하고, 나도 오글거려서 보지 못하는 '사랑의 불시착'을 두 번이나 돌려보면서 '현빈과 손예진'의 결혼과 출산 이야기 모두를 다 알고 있는 그. 어떤 때는 나보다 4세대 아이돌의 노래를 더 잘 알고 흥얼거리는 그와 내가 만나서 우리는 별 문화차이의 갭을 느끼지 못한다. 어찌 됐든 나는 이 사람과의 연애가 정말 재밌고 가끔 한국어로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을 함께 느끼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상쇄할 만큼 그와의 연애가 재밌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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