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매일 일기를 쓰며 얻게 된 것

by Sean

첫 일기다운 것을 쓰기 시작했던 것은 5년간 연애를 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였다. 전역을 6개월 남긴 그가, 헤어짐을 말하는 용기조차 없어서 내게 떠밀었다는 현실이, 우리의 5년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는 사실이 너무 아파서 세상을 원망하며 글을 썼다. 우리가 얼마나 사랑했고, 나는 그가 너무 밉지만 또 아직 사랑한다고. 이미 깨어진 유리 같은 관계이니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함께 사랑했던 그 시간들이 미치도록 소중하고 그리워서 울면서 일기를 써 내려갔다. 친구들에게도 숨겼던 내 진짜 마음을 그렇게라도 해소해야헸다.


그렇게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어떤 날은 단순히 무엇을 했는지 나열하기만 하고, 4일 치를 안 쓴 날엔 억지로 기억을 더듬어가며 빈칸을 채우기 급급하기도 했지만, 감사한 일들을 적어 내려 가고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가주고 있었다. 아침에 시작할 때 쓰면 하루를 잘 살 수 있게 다짐해 주는 선물, 저녁에 하루를 마무리할 때 쓰면 하루를 한 번 더 사는 기적을 선물해 주었다.


내가 어떤 것을 싫어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게 되고, 나와 더 친해지고 있는 과정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단순히 ‘짜증 난다’와 같은 뭉뚱그려진 감정이 아닌, 속이 상한다, 섭섭하다, 서운하 다 와 같은 감정들을 써 내려갔다. 이렇게 나의 마음을 더 잘 알아주기 시작하니, 남들이 내 감정을 헤아려주지 않아도 내 감정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게 되었다. 부정적인 마음, 상황도, 긍정적인 마음, 상황도 영원한 것은 없다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좌절감이 들 때는 금방 훌훌 털 수 있게 되고, 정말 기쁠 때는 조금 더 겸손해질 수 있게 됐다. 나의 마음을 알아주기 시작하니 남에게 기대는 마음이 줄어들고, 남에게 기대하는 것보다는 내가 스스로 해야겠다 생각이 들면서 내가 어릴 때 꿈꾸던 모습의 어른이 되어 가고 있었다.


가끔은 나도 모르는, 생전 처음 느끼는 마음이 들기도 하다가 남이 쓴 글을 읽고 일기를 쓰면서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일기를 쓰고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 부모의 모습을 알게 되고, 나도 모르는 내면의 아이를 만나게 되기도 했으며, 부모에게 가진 미운 마음을 용서하기도 했다. 내 안에 나쁜 부모의 모습을 용서하니 부모님과의 관계도 더 돈독해지고, 그들을 진심으로, 한 인간으로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일기만 쓴다고 이런 일이 자동적으로 일어나느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기를 쓰면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지느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일기를 영상처럼 다시 보고 또 보는 일은 결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일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사람들이, 친구들이 선택할 수 있다면 과거의 나로 돌아갈 거냐고 묻는 말에 나는 늘, 항상 지금 이대로 현재가 정말 좋다고 대답한다. 나의 현재를 사랑하고 지금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일기가 준 진정한 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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