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이 나오고 회사와 이야기 후에 한국에 갈 수 있는 날짜가 정해졌다. 아빠에게 전달했더니 10분도 채 되지 않아 비행기 티켓을 끊어줬다. 내 나이 한국 나이로 30살, 만으로는 29살이 되는 해인데도, 이런 비빌 구석이 있다는 것이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또 새삼 깨닫게 됐다. 남과 비교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다른 친구가 한국 가는 비행기를 싸게 싸게 가려고 40시간이 넘는 비행기 표를 보고 있는 걸 보고, 참 이런 그늘 아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딸이 4년 만에 한국에 간다고 잠옷이니 속옷이니 가져올 필요 없고 다 사두겠다는 엄마, 날짜가 정해지자마자 비행기 표를 끊어주는 아빠, 여행을 함께 갈 수 있는 형제들까지, 무엇하나 감사하지 않은 게 없다.
부모가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똑같다. 일하기 싫다, 미팅하기 싫다고 해도, 생각해 보면 나는 노트 테이킹만 열심히 하고 나중에 노트 테이킹을 바탕으로 상사와 미팅만 해두면 내 상사가 다 알아서 한다. 공장에서 실수가 터져도 실수 수습을 하고, 실수에 대한 사실을 고객한테 이야기하는 것 또한 상사 일이다. 가만 보면 내가 불평할 건 아무것도 없다고 느꼈던 한 주다. 물론 나이도 먹고 나도 직급이 올라가게 되고, 또 나중에 누군가의 엄마, 혹은 강아지의 견주(혹은 고양이 혹은 또 다른 반려동물..)가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내가 비빌 구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 감사함은 몇 배는 더 크게 다가오는 듯하다. 이걸 다 어떻게 갚고 살아야 할지, 어떻게 세상에 다시 돌려줄 수 있을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다짐한다. 설날 연휴를 함께 보낼 가족이 있다는 것이 당연하지 않고, 해외에 나와서 살 수 있는 여건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부모가 있다는 게 당연한 것도 아니고, 그나마 존재하고 있는 부모가 나를 사랑하는 것 또한 당연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참 겸손해진다. 요즘 들어 이런 마음들을 너무 잊고 산 건 아니었나 하며 겸손해진다.
설날에는 외로운 사람이 없기를 바라지만, 세상은 그렇게 따뜻한 곳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안다. 내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욕심내며 불평 불만하며 살았다. 남들의 어려움을 보고 내가 가진 것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망각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예민하게 인식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겠다.
세상의 차가움을 너무 이른 나이에 알아버린 분들에게 나의 글이 어떻게든 힘이 되길 바라며, 모두 풍요롭고 행복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