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토론토, 나는 한국에서 왔어

우리 잘 지내보자!

by Sean

나를 배웅하기 위해 엄마 아빠는 당연하고 언니와 고모까지 공항으로 함께 갔다(동생은 같이 갔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떠나기 2주 전부터 마음이 이상하다던 아빠와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았던 우리 엄마. 보딩 시간이 다가오고 게이트로 들어가는 나를 끝까지 쫓아와서 밥 잘 챙겨 먹고 건강하라던 우리 아빠.


처음 해보는 자취와 새로운 출발에 설레는 마음이 더 컸던 나쁜 딸. 그리고 자식을 떠나보내는 뒷모습을 보며 흔들리는 목소리로 끝까지 나를 걱정하던 아빠. 부모란 참 뭘까. 항상 자식의 뒷모습을 보고 마음 졸이고 걱정하는 게 부모일까, 나는 참 이기적이다, 모든 자식들은 참 이기적이다 생각이 들었던 그때. 어쩔 수 없이 때가 되면 부모를 떠나는 게 맞지만, 그 일련의 과정들이 참 슬프다.


그래도 확실히 혼자서 생활하니까 떨어져서 사는 게 더 애틋하고 좋다. 진짜 나로 살아가는 느낌. 가족에게서 오는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줄어드니 나를 더 잘 살필 수 있는 느낌. 그렇다. 혼자 사는 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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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래디슨 호텔과 인천에서 밴쿠버까지의 비행

2021년 4월 1일 한국을 떠나 밴쿠버에 도착했다. 코로나로 인해서 한국-토론토 직항이 없던 때였고, 밴쿠버에 내려서 3일간 호텔 격리를 해야 했다. 3일이 지난 2021년 4월 4일, 다시 밴쿠버 공항으로 가서 국내선을 타고 토론토로 도착했다. 그래도 19년도에 한 번 와봤다고 나름 익숙했다.


한국에서 배로 보낸 짐이 아직 오지 않은 때였기에 아무것도 없었어도 모든 게 좋았다. 그냥 내가 외국에서 지내본다는 게,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꿈을 드디어 이룰 수 있다는 게, 그 마음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토론토나 밴쿠버 같이 큰 도시는 더더욱 그렇다. 당연히 캐나다도 백인 동네가 있고 브라운 동네가 있지만, 여기는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많고 다양한 영어 악센트를 가지고 있는 것도 좋았다. 내가 한국에서만 살았으면 레바논 사람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있을까? 브라질 사람은? 모로코 사람은?


한국에서 단일 민족으로만 살다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게 좋았다. 한국에서만 살았으면 느끼지 못했을 마음들, 그리고 이 여유, 가족과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지내니 비로소 내가 무엇을 정말 좋아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엄마의 살림 방식이 그대로 나에게서 드러나는 것도 흥미롭고, 내가 싫어하는 아빠의 모습이 그늘처럼 내게 있는 것도 보였다. 그리고 또 나만의 방식이 합쳐져서 엄마 아빠와는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그들의 흔적이 묻어나는, 그런 삶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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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4월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나의 콘도 뷰

나는 토론토에 와서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 없으니 내가 나와 가장 친한 사람이 되고, 내가 스스로 돌보지 않으면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기에 나의 내면의 소리에 더 집중하게 된다. 기댈 사람이 없으니 나 스스로 단단해지려고 한다. 변해가는 내 모습이 좋았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라는 죄책감은 사라지고, 나는 그들과 다른 개체라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아빠가 속상해서 하는 말들로 상처받는 일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떨어져 있으니 엄마 아빠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엄마 아빠에게 이렇게 조금씩 독립하고 있었다. 특히 정신적으로 아빠에게 벗어날 수 있는 게 내게는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었다. 시작이 좋았다.


안녕, 토론토 나는 한국에서 왔어. 그리고 안녕 나 자신, 우리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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