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이나 기다리라고요?
여동생의 생일 파티를 위해 일곱 식구가 모였다. 완전체로 아홉 명이 모였어야 했는데 아빠와 남편은 일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누구 생일인지 모를 만큼 두둑이 먹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후 엄마가 만들어 주신 음식을 가지고 남동생과 함께 우리 집으로 이동했다. 소중한 불금 저녁. 남동생과 남편은 둘이서 신명나는 게임 판을 벌이기로 했단다. 햄버거를 주문하겠다는 남편에게 집에 곧 도착하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패스트푸드보단 엄마께서 손수 만드신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 싶었다.
드디어 남동생과 둘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는데 문이 "꽝!" 하고 닫히더니 모든 버튼의 불이 꺼졌다. 이내 덜컹 흔들리다가 아래로 부웅 꺼지는 엘리베이터. 불안감에 멀미가 확 올라왔다. 며칠 전엔 관공서 엘리베이터에 갇혀 덜덜 떠는 일이 있었다. 일주일 사이에 두 번이나 엘리베이터에 갇히다니 복권이라도 사야 하나? 엘리베이터의 공기는 후덥 하다 못해 공포스러웠다. 최대한 침착하게 비상벨을 눌렀다. 스피커 너머로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왼손으로는 계속 비상벨을 누르고 오른손으로는 관리실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여기 일 동 삼사 호 라인인데요. 엘리베이터에 사람 두 명이 갇혀 있어요."
"네? 어디라고요?" 몇 차례 같은 말을 반복한 후에야 관리실 직원 분이 우리를 찾아오셨다. 이제 구출되는 줄로만 알았건만 닫힌 문 너머로 들리는 소리가... "업체에 연락했는데 이십 분 정도 기다려야 한대요." 끔찍한 소식이었다. 그동안 엘리베이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면 어떡하지? 설마 추락하는 건 아니겠지. 덥고 무서운데 이십 분을 기다려야 한다니. 남동생은 시큰둥하게 일단 기다려 보잔다.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번이나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길래 급한 대로 "갇혔어"라는 세 글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전화를 받지 않던 그가 전화 단 세 글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오왐마"
뭐지. 이 사람. 심지어 자기 밥을 다시 전자레인지에 돌려야겠단다. 열이 받아서 전화를 거는 찰나 엘리베이터가 작동했다. 아무 층이나 마구 눌러서 대탈출 성공.
"여보. 내가 엘리베이터에 갇혔는데 오왐마라니? 밥을 다시 돌린다고 하지를 않나." 그는 단지 버스 안에 사람이 많다는 표현으로 이해했다고 해명했다. 오징어 볶음에 밥을 뚝딱 맛있게 먹는 남편을 구경하면서 '대충 말해도 이해해 주겠지.'라는 착각은 삼가기로 했다. 오해가 없도록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는 습관을 들여야지.
요 며칠 사이 두 번이나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강제 강금을 당하고 몇 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 외출 시 자주 핸드폰을 두고 다니는 편인데 언제 어떤 사고가 벌어질지 모르니 핸드폰을 잘 챙겨야겠다. 위험에 빠졌을 때 즉각적으로 도움이 돼 준 건 결국 내 몸에 지닌 핸드폰이었다.
그리고 번거롭더라도 웬만하면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련다. 사고 날 위험도 없고 운동도 되고 에너지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삼조. 우리 집은 중간 층이라 도전해 볼만하다. 생각지 못한 불상사가 있었으나 남편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면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