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남자가 찾아왔다

층간소음 일타강사 2

by 미세스쏭작가

윗집 아저씨가 우리 집에 찾아온 건 그날이 두 번째였다. 안전고리를 걸어 둔 채로 문을 열었어야 했는데 경황이 없었던 엄마와 나는 문을 벌컥 열고 아저씨를 대면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덤 앤 더머다. 대문이 열리자 아저씨가 집안을 빠르게 살폈다. 아빠께서 부재중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그는 어깨를 쫙 펴더니 기고만장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 어머니한테 엘리베이터 안에서 뭐라고 하셨어요?"

왓 더?

뭔 개소리여?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에 또다시 봉착했다.

우리 모녀는 당신 어머니란 분 얼굴랐다.

다만 18층을 누르는 할머니 한 분께 깍듯이 인사드렸던 적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거의 초면이지만 웃으면서 인사드리자 할머니도 기분 좋게 십칠 층에 사냐고 물으셨다. 그렇다고 답했다. 엘리베이터가 더럽게 느려터지게 느껴졌다. 내리면서 한 번 더 인사를 드렸다. "안녕히 가세요." 상황 종료.


단순한 일화가 대체 어떻게 와전 됐는지 아저씨는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앞으로 내 어머니를 불편하게 하지 마라, 눈치 따위 주지 마라 윽박질렀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게 실수였나? CCTV라도 돌려 보시라 따질 걸 그랬다.

황당한 나와 엄마는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설명드릴 뿐이었다.

"저희는 할머니와 별 대화도 나누지 않았는데요. 아저씨 많이 흥분하셨네요." 그 인간은 기어코 칼부림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조심 좀 하고 지내자고, 애 안 키워 봤냐 둥의 지도 않는 폐드립을 했다. 안하무인인 18층 놈의 언행에 전의를 상실했다.

아빠께서 집에 계실 때는 "어르신. 조심히 지내겠습니다." 예의 바르게 굴더니 갑자기 웬 칼부림? 이러다 조만간 뉴스에 겠구나 하는 불길한 예감이 다.

엄마가 아저씨에게 그만 올라가시라며 서둘러 상황을 정리하셨다. "어휴. 우리가 이사를 가야지 안 되겠네." 엄마의 한숨 소리를 뒤로한 채 아저씨는 어기적 거리며 계단을 올랐다.


문을 잠그고 우리 둘 다 쓰러지듯 바닥에 앉았다. 이미 윗집 아랫집이 숨 막히게 칼춤이라도 춘 것 마냥 기진맥진한 상태가 됐다. 엄마께선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함구할 것을 단단히 일러두셨다. 당연했다. 아빠가 아시는 순간 어마무시한 싸움이 벌어질 게 빤했다.


그나저나 너무 억울했다. 18층 사람들을 아파트 단지에서 만나든, 외부에서 만나든 아서 용히 피해 다녔다. 단 한 번도 눈치 주거나 불쾌한 내색조차 보인 적이 없었다. 우리 가족들 중 그 누구도 모나 냉정한 사람들이 못 되었다. 하물며 엄마와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할머니를 붙잡고 못살게 굴었다고? 상황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감옥 같은 인연을 깨부술 수 있는 최고의 열쇠는 이사뿐이었다. 엄마께서는 나와 마찬가지로 칼부림 이야기에 넌더리를 내셨다. 17층 한여사님은 가정을 지켜야겠다고 말씀하시며 그 길로 부동산에 연락을 취하셨다.


"이사 가자."


우리가 급히 이사를 떠난 집은 어땠을까?

과연 살만했을까?


☞층간소음 일타강사 TIP

"띵동. 윗집인데요!" 이웃이 찾아오면 놀라서 경황없이 대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습관처럼 손이 앞서서 대문을 열게 되지요. 전고리는 내 집 안에 설치된 최고의 안전벨트입니다. 불쑥 찾아오는 이의 방문에 선을 긋는 상징적 울타리이기도 합니다. 층간소음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선 되도록 인터폰이나 안전고리를 사용하여 대면하세요.


(사진 출처: 안녕자두야)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