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뵈러 갈 때
"ㅈㅊ"만큼은 꼭 챙기시길
두 살 연하남 민호와 사귀는 수지는 지난 주말 처음으로 연인의 부모님을 뵙는 자리에 갔습니다. 아직 결혼 이야기가 오간 것도 아니니 편안한 마음으로 뵙고 오겠다 다짐했지만 어찌나 긴장이 됐는지. 간밤에 잠을 설쳤는데도 정신은 멀쩡하기만 했답니다. 단정해 보이는 새 옷으로 차려입고 일찍이 약속 장소로 나갔습니다. 남자친구의 부모님께서는 다소 긴장한 그녀의 모습을 오히려 좋게 봐주셨고 온화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조금씩 긴장이 풀리고 비로소 음식 맛도 느껴지던 수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대화가 무르익을 때쯤 눈치 빠른 수지는 민호 부모님의 표정에서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감정을 읽었습니다. '내가 무슨 말실수라도 했던가? 어떡하지...'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처음보다 더 큰 긴장이 몰려왔습니다. 자리가 마무리될 때쯤이었습니다.
"그런데 민호라고 이름을 부르지 말고 존칭을 사용하면 좋겠는데요."
비로소 원인을 파악한 수지는 그의 부모님께 곧장 알겠다고 답했고 민망함에 얼굴을 붉혔습니다. 오랫동안 만나왔던 연하남에게 존칭 사용하기. 어색하지만 적어도 그의 부모님 앞에서만이라도 주의하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반면 민호는 연하임에도 불구하고 수지의 부모님과 함께일 때 서슴없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수지의 부모님을 뵌 적이 있었고 그녀의 부모님은 단 한 번도 호칭 문제로 불편한 마음을 비추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너희들이 편하고 좋으면 그걸로 됐다고 늘 응원해 주시던 수지 부모님께 두 사람 모두 새삼 감사를 느꼈습니다.
지인들에게 심심치 않게 듣는 고민 중 하나가 바로 호칭 논쟁입니다. '오빠'라는 호칭을 쓰는 커플들은 이러한 상황을 피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동갑이나 연하 커플은 호칭 때문에 어르신들께 종종 비슷한 일렬의 조언을 듣습니다.
"결혼하면 서로 존칭을 사용하려무나."
"어른들 앞에서라도 존칭을 쓰렴."
이 세상의 많고 많은 수지는 멘트까지 똑같은 데칼코마니의 상황을 경험합니다. 내가 괜찮고, 우리가 괜찮고, 우리 부모님도 괜찮다고 여겼던 상황이 남자친구의 부모님께는 결례가 되는 현상이 단순히 호칭 문제로만 와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TV프로그램에서도 줄곧 뜨거운 토론 주제로 등장하는 호칭 문제.
"독립한 가정으로서 두 사람이 편한 호칭을 사용하면 된다." VS "어르신들 앞에서는 예를 갖춰 존칭을 사용해라."
그러나 결혼하기 전부터 호칭 때문에 너무 깊이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와 같은 불편한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선 애당초 어르신들 앞에서 'OO 씨'라는 존칭을 사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미 위와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면 이제부터라도 주의를 기울이면 됩니다.
요즘은 연인끼리 사석에서 존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두 사람 사이에 막역한 친함과 사랑이 있다면 존칭, 이름, 애칭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다만 크고 작은 것들을 조율해 나가는 연속적 과정이 연애와 결혼입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혹시 마음 불편하지 않았어?" 뒤에서 섬세하게 챙기고 상대를 아끼는 것은 사랑이고요.
"민호야.", "민호 씨." 똑같이 세 글자이지만 어째 어감도 다르고 쑥스러운 구석도 있으실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직접 두 발로 뛰어가서 할 말을 전하는 커플들이 더러 있습니다. 아예 할 말을 못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일상다반사인 커플도 있습니다. 어설프지만 이러한 노력을 어르신들께서 가상히 여기시고 예쁜 눈으로 바라봐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수지는 민호를 지칭할 때마다 '씨' 한 글자를 놓칠까 봐 여전히 조심하는 중입니다. 수지와 민호 커플에게 기다리던 청첩장을 받았습니다. 찬란한 봄날의 결혼식을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