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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Mar 02. 2024

남편에게 게임을 권하는 여자

따로 또 같이

 연애할 때 남편 게임을 무척 좋아한다는 걸 몰랐습니다. 멕시코 칸쿤까지 간 신혼여행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 영상을 수 편씩 보는 남편에게 서운함을 토로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랑 노는 게 얼마나 재미없으면 한물 간 게임 영상이나 시청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에 화가 났습니다. 그랬던 제가 지금은 게임을 권하는 아내가 되었니다. 이따금 피시방에 다녀오라고 용돈을 쥐어 주기도 하고요.


 워낙 단짝친구처럼 잘 지내는 부부인지라 주변 분들께 칭찬을 자주 듣습니다. 오랜 친구 같은 사이, 금실 좋은 부부 사이를 유지하는 비결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뭐든지 함께 하려 들지 않기'입니다. 따로 또 같이의 원칙을 지키면 함께 하는 시간을 배로 즐겁게 보낼 수 있습니다.

 남편은 게임이 고플 때면 에둘러 말합니다. "나한테 게임 배워볼래?", "손가락 좀 풀어야겠는데." 이런 소리가 들리면 아내는 얼른 책을 펼치거나 글을 씁니다. 게임에 취미가 없기도 하고 남편에겐 최적의 게임 친구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부부는 하루 평균 두 시간 이상의 대화를 나눕니다. 대화가 끊이지 않고 주야장천 이어지는 것이 신기하지만 남편과 대화하는 시간은 늘 재미나고 따뜻합니다. 얼마 전에는 옛날 뮤직비디오를 보고 둘이서 한 시간가량을 웃었는데요. 남편이 정말 좋아했던 노래라며 뮤비를 틀었는데 스토리 전개가 기괴했습니다. 남주인공이 죽은 여성을 관에서 꺼낸 후 뗏목에 태워 강을 건너는 장면을 보다가 둘이서 동시에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세상에. 너무 무섭다. 공포 시리즈야? 요즘 아이들이 뗏목이 뭔지나 알까?"

 "하하하하. 이거 지금 보니까 진짜 이상하다." 그날의 화두는 철 지난 가요와 드라마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신나게 담소를 나누다가 잠자리에 들었죠.


 이토록 많은 대화를 나누고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우리 부부이지만 남편은 바깥에서 힘들었던 이야기 좀처럼 꺼내지 않습니다. 잊고 싶은 일을 굳이 되뇌고 싶지 않다는 게 그의 의견입니다. 저에 비하면 훨씬 무던한 성격의 남편이지만 민원 응대가 얼마나 난도 높은 업무일지  헤아릴 수 없습니다.

 남편이 극한의 민원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던 어느 날 밤입니다. 내 오른편에서 자던 그가 자다가 몇 차례 소리를 질렀습니다. 악몽을 꾸는지, 꾹꾹 눌러온 스트레스가 분출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너무 안쓰러워 그를 위해 기도하며 다시 잠들 때까지 다독였습니다.

 다음날 스트레스를 풀 방안을 자고 권했습니다. "난 스트레스 안 받는데?" 세상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가슴으론 괜찮아도 몸이 비명을 치게 만드는 스트레스. 간밤에 그가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설명했더니 깜짝 놀라더군요.


 가장의 스트레스를 달래고자 피시방으로 등 떠밀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의 기쁨은 결코 숨겨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뒤통수마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처남과 게임하기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방 하나를 게임방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주 오일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경조사까지 챙기느라 정신없지만 게임을 즐는 시간도 부지런히 확보니다. 우연인지 수법(?)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신나게 게임을 즐긴 후로는 단 한 번도 자다가 비명 지르는 일이 없었답니다.


 결혼 전부터 남편과 함께 고 싶은 취미가 많았습니다. 운동, 보드게임, 독서, 산책, 여행 영상 시청 등등. 이 중 남편의 기호에 부합하는 취미는 딱 두 가지입니다.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의 취미를 적극 지원합니다. 저 역시 제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 되니까요.


 권태기 없이 오래오래 사이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신가요? 본인 혼자서 즐기는 취미를 세 가지 이상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요. 혼자서도 충분히 즐겁고 유쾌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들을 터득해야 합니다.


 간혹 "게임하는 걸 봐줘? 난 게임하는 사람 너무 싫어." 손사래부터 치는 사람들을 니다. 어느 정도의 규칙이 존재한다면 게임 같은 취미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여러 해 지켜본 결과 게임이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의견입니다. 물론 이 모든 가능하려면 양쪽 모두 분별력과 배려를 가진 사람이어야겠지요. 부도덕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만.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지지해 주신다면 두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더 큰 공간이 생긴답니다.

글 쓰는 취미도 시간, 열정, 투지가 게임보다 못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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