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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Apr 13. 2024

애인이 T이냐 F이냐보다 중요한 것

"나 속상해서 운동하러 가!"

 한때 "나 속상해서 빵 샀어."라는 테스트가 유행했죠. 이 말을 듣고 어떤 빵을 샀냐고 물으면 사고형 인간(T)이고, 무슨 일로 속상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감정형 인간(F)이라고 합니다. 신빙성 높은 테스트는 아니지만 극 F인 저는 '어떤 속상한 일이 있었기에?'라는 질문이 자동으로 떠오르더군요.


참고:

▼T와 F의 판단 기준

 T(Thinking): 사고형, 이성, 논리

 F(Feeling): 감정형, 감성, 공감


 MBTI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저는 "너 티야? 에프야?"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분법적인 잣대로 사람의 성향을 가르는 현상이 독특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와 친한 친구들 태반이 F이더군요. '좋은 사람은 결국 나와 잘 맞는 사람'는 속설이 떠올랐습니다.


 과거에 데면데면 알고 지내던 남자 선배 한 명이 있었는데요. 사소한 대화를 나눠도 무엇 하나 통하는 면이 없었습니다. "그냥 내버려 둬.", "그럴 수도 있지."라는 식의 딱딱한 대답을 들으면서 '선배가 나를 귀찮게 여기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거리를 뒀고 그와 대화할 때면 말을 더욱 신중하게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그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요. 놀랍게도 저를 이성으로서 좋아했었다 고백하더군요. 나를 싫어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반전의 과거사였습니다. 선배가 조금 더 다정한 면모를 보였다면 멋진 외모에 마음이 동했을 텐데 말입니다. 그냥 '내버려 둬'라는 말 대신 '신경 쓰였겠다'라는 식의 공감 언어를 구사했다면 어땠을까요. 뭐 어찌 됐건 와 교제했다면 안 맞는 부분들이 많아서 많이 다퉜거나 외로움을 느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 같네요.


 성향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냐 묻는다면 꽤나 중요하다 답하겠습니다. MBTI가 유행하는 이유도 이를 통해 성향과 성격 등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본인이 F이지만 T인 사람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고, 비슷한 성향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알파벳 하나로 우리가 살아온 무수한 날들을 확정할 순 없으니까요.

 다만 좋은 결혼의 초석은 덜 부딪치는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서로 조심해야 할 부분이 과하게 많은 관계, 내가 나일 때 불편함을 초래하는 관계는 아니 맺는 만 못합니다.


 제 남편은 T와 F의 성향이 4:6으로 적절히 섞인 애매한 F형 인간입니다. 남편에게 고민을 상담하면 위로와 해결책을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다. 단짝친구이자 멘토의 역할을 모두 해내는 사람이 제 남편이라 대저 만족스럽습니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 '속상해서 빵을 샀어'라는 테스트를 각색해서 시도해 봤는데요.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는 T형 인간이 되고, 아내 앞에서는 F형 인간이 되는 남편의 속성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여보. 나 속상한 일이 생겨서 필라테스하러 다녀올게." 소파에서 졸고 있던 남편이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이렇게 물었습니다.

 "무슨? 무슨 속상한 일이 생겨? 뭐 때문에 속상한데?" 세 번의 잇따른 질문에 아내는 배시시 웃으며 뻥이요를 외쳤습니다.


 T이냐, F이냐 보다 중요한 건 바로 이런 '관심' 아닐까요? 관심은 모든 관계에 생명력이 불어넣습니다. 당신의 감정을 궁금해하고, 다방면으로 헤아려 주는 사람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그런 짝을 만나면 꽃 길이 펼쳐집니다. 성향을 떠나 모든 사람에게 사랑이 중요한 건 매한가지.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그의 장편 소설은 단 여섯 글자로 긴 여운을 남기며 끝맺습니다.


 "사랑해야 한다."


 주인공 모하메드는 보호자인 로자 아줌마를 잃고 세상에 혼자 남겨집니다. 마음 둘 곳 없던 모하메드는 낡은 우산 하나에 '아르튀르'라는 이름을 붙이고 감정을 쏟습니다. 로자 아줌마가 죽고 모하메드는 새로운 곳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모하메드는 실수로 두고 온 자신의 우산 아르튀르를 몹시 걱정하며 그리워합니다. 보호자를 자처한 라몽 의사 아저씨는 모하메드를 위해 길을 가서 우산 '아르튀를'를 데려 옵니다. 의사인 라몽 아저씨의 똑똑한 머리로는 해되지 않는 상황이었을 테지요. 다름이 틀림이 되지 않도록 하는 황금열쇠는 사랑입니다.


 짧은 생 후회 없이 사랑하기. 그러기 위해선 사랑하는 것 자체를 너무 어렵게 만들지 않는 사람을 만나세요. 내 고집과 똑똑한 지식은 잠시 접어두고 상대의 내면에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루 세 번 이 닦듯이 질문하고 관심을 표현한다면 백 점짜리 반려인입니다. "오늘 점심 뭐 먹었어?", "잘 잤어?", "무슨 생각해?", "밥 잘 챙겨 먹었어?" 제 남편에게 자주 듣는 질문인데 들어도 들어도 따스하고 정겹더군요. 예쁘다는 말 하기 힘들면 그냥 오늘 하루 어땠냐고 질문하세요. 절반은 먹고 들어 갑니다.


 관심받고 있다는 느낌은 삶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당신이 T이건 F이건 사랑하는 사람에게 애정의 물음표를 품고 사시길 바랍니다. 내가 무얼 하든, 어떤 감정을 품든 중요시하지 않는 사람과 연애하고 있다면 하루빨리 도망세요. 가까운 사람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은 나르시시스트의 기질이 다분한 사람입니다. 국방부의 시계는 가도 사랑 없는 가정의 시간은 정상적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속상한데 운동을 오H ㄱ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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