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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Oct 19. 2024

가족에게 예의 없는 연인

껍데기는 가라

 흥미로운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남자친구를 가족 모임에 데려갔는데 어른들 모두가 헤어지길 바라는 것 같아서 난감하단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어른들과 말씀을 나누던 중에 남자가 따분함을 직설적으로 표출하거나 퉁명한 말투로 일관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여자는 남자를 이렇게 두둔했습니다. "얘가 평소에는 나한테 잘한다.",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다."


 이에 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가장 많이 보이는 말이 '지팔지꼰'이었습니다. '지 팔자 지가 꼰다'의 줄임말로 자신이 결정한 행동이 나쁜 결과로 이어짐을 일컫는 말입니다. '예의 없는 사람은 걸러라', '어른들 눈은 정확하다'는 충고는 콩깍지라는 방패를 뚫지 못습니다. '와. 이걸 고민하고 앉아 있네.'라는 댓글에 사뭇 공감했습니다.


 원래 착하고 좋은 사람인데 그날따라 오해 살 만한 행동을 했다니. 한편으론 남자친구의 좋은 면을 몰라주는 이들이 답답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열애 중이라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남자가 예의 없게 군 상대는 생판 남 아니고 나의 가족들이었다는 사실.

 따지고 보면 늘 좋기만 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러나 반듯하게 행동해야만 하는 때와 장소에서도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시절인연으로 마침표를 찍는 게 좋습니다. 게다가 학벌, 재산, 집안 등의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람 자체의 인성 때문에 가족들이 우려를 표한다면 소한 문제가 아지요. 자신의 선택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너무 많은 수고와 희생을 감내할 필 없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 바로 양가 가족의 평화입니다. "가족은 건드리지 말자."라는 말이 불변의 진리처럼 인간관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이유를 우리 두가 잘 압니다. 내 가족을 얕잡아 보는 인물과는 무촌이 될 게 아니라 무연고가 돼야 합니다. 집안의 어른들께 툴툴거리며 건방지게 구인간이 내게만 잘한다면 이 역시 골치입니다. 예의는 내향과 외향, 수줍음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나쁜 사람 끌린다면 자존감, 상처, 스톡홀름 증후군, 가스라이팅 등에 대해서도 점검봅시다. 나를 아끼는 주변사람들의 조언을 오해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혜안입니다.


 내 가족도 나의 연인에게 예의를 갖춰야 하고, 나의 연인 또한 그러해야 합니다. 기본적인 도리가 행해지는 일이 팽팽한 줄다리기처럼 어렵기만 하다면 줄을 놔버리는 것이 답입니다. 나름 충분히 노력해도 어려운 것이 양가 가족의 결합과 화합입니다. 이토록 난도 있는 경영을 변변한 이유도 없이 내 가족을 무시하는 사람과 하겠다? 얼마나 숱한 싸움과 상처를 감당해야 할지 상상만으로도 괴롭습니다.

 

 가끔 제가 부모님이나 동생과 부딪치는 일이 생기면 남편은 결코 제 편을 들지 않습니다. 저희 가족들 역시 제 편을 드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섭섭하고 답답하냐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아니요'입니다. 오히려 이것이 제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결혼 생활을 영위하는 비결입니다. 남편은 저를 키워주신 부모님을 존경하고 제가 자라온 환경을 늘 소중히 여깁니다. 제 식구들 역시 한결같이 그를 믿고 존중합니다. 덕분에 저는 차원이 다른 안정감을 느끼며 마음의 중심을 지키고 삽니다. 예의는 마음의 표식이자 산물입니다. 예의가 몸에 밴 사람과 살면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고 되레 삶이 재밌습니다.

 

 주변사람을 습관처럼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친구의 약점을 함부로 발설하는 사람, 타인을 은근히 깔아뭉개면서 우위에 서려는 사람, 제 잘난 맛에 살면서 "내가 너는 끝까지 책임질게." 떵떵거리는 사람을 조심하세요. 이런 사람은 연인은 물론 친구로도 적합한 존재가 못 됩니다. 우정도 천륜도 사랑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을 가까이 두시길 바랍니다. 인성도 역량이고 스펙이라고들 말합니다. 직업도 좋고 돈도 잘 버는데 됨됨이가 별로인 사람은 배우자로서 가장 부적합한 조건을 갖춘 인물입니다. 예의를 다른 말로 바꾸면 곧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건너가면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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