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세스쏭작가 Nov 28. 2024

도서관에서 책 목욕 시키기

무료 세신사 극호

 읽고 싶은 책이 대출 중인지라 예약을 걸어 두었다.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안내 문자를 받았다. "요청하신 대출 예약 도서가 도서관에 도착하였습니다." 몸에 익은 에코백을 걸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예약된 책을 모아 놓은 책장을 마주했다. 어째서인지 내가 신청한 책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메시지를 잘못 봤나?' 문자를 다시 확인하고 책꽂이 수색을 반복하다가 결국 사서 분께 문의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예약 문자를 받았는데 책이 보이지 않아서요." 도수 높은 안경을 낀 사서 분이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요." 그녀는 눈 깜짝할 새에 책 한 권을 건네주시더니 자리로 돌아갔다. "가... 감사합니다."


 아니. 그런데 말입니다. 내 손에 들린 것 책인지 걸레인지? 너덜너덜하다 못해 표지의 글씨조차 희미한 낡은 책을 받아 들고 고민다. 이걸 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을 탔는지 종이가 솜털처럼 허옇게 일어난 책을 보니 난감했다. 아아. 세균이 득실거릴 것만 같아. 결국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책을 대여한 후 도서관 일 층으로 신속히 이동했다. 도서관의 로비 한 구석엔 두 대의 책 소독기가 놓여 있다. 일명 도서관 공중목욕탕! 책을 펼쳐서 거치대에 꽂고 시작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자동으로 소독제가 분사되고 솔솔바람 나온다. 미풍이 책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 종이 자락들이 바삐 춤을 춘다. 이 분 남짓이면 그새 뽀송해진 책을 만날 수 있다.


 도서 소독기를 사용할 때지나가는 사람들이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소곤거린다.

 "어머. 저게 뭐야? 저런 게 있었어?"

 "저것 좀 봐. 신기하다."

 도순이가 추천하는 도서관 이용 꿀팁 중 하나가 바로 책 목욕 시키기이다. '책을 가방에 넣기 전에 무료 세신을 받을 것'. 도서 소독기가 없었다면 낡을 대로 낡은 책을 품에 안지 못했으리라. 찝찝한 마음을 씻어 주는 도서 소독기 덕분에 불필요한 소비를 막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어떤 도서관엔 책을 원위치로 가져다 놓는 로봇도 있단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미래의 도서관은 과연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진다.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종이책의 감성이 천대받지 않기를. 빽빽한 글씨 속에서 길을 찾는 도순이, 도돌이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도서관의 책 냄새와 안온한 감성만큼은 평생 느끼며 살고 싶다.

꽂고 뿌리고 말리는 책 목욕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