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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강사님은 매일 밤 마라탕을 먹는다고 하셨어

그녀에게 전수받은 꿀팁

by 미세스쏭작가

“저는 먹고 싶은 거 다 먹어요. 매일 밤 마라탕 시켜서 먹고요. 그래도 제 뱃살이 심각하게 나오지 않은 이유는 하나예요. 여러분. 호흡하세요. 깊게 호흡하세요.”

회원들은 일동 고개를 들어 강사님의 배를 바라보았다. 과연 그녀의 배는 늘씬했다. 마른 복부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훌륭한 복부였다. 선생님은 호흡만 잘해도 뱃살이 빠진다며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매일 밤 마라탕을 시켜 먹는다는 선생님의 망언(?) 따윈 잊어버리고 호흡에 목숨을 걸어 보기로 했다.


스읍.

우.


필라테스할 땐 주로 흉식 호흡을 한다.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갈비뼈와 가슴을 풍선처럼 부풀렸다가 날숨에 갈비뼈를 조이며 복부를 탄탄히 잡는다. 흉식 호흡만 제대로 해도 머리가 빙그르르 돌 정도로 힘들다는 사실. (나만 그런 건가?)


과거에 갈비뼈 통증이 심해서 참다못해 한의원에 갔는데 의외로 호흡의 문제였다. 나는 물고기가 뭍에 나와 간신히 숨을 쉬듯 호흡을 짧게 하는 습관을 지닌 자였다.

의사 선생님은 칠 초 동안 숨을 깊이 마셨다가 반대로 천천히 내뱉는 운동을 자주 하라고 하셨다. 론 나쁜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공들여 호흡했고 흉통의 통증은 차츰 사라졌다. 그러나 살 만해지니 다시 예전처럼 짧은 호흡을 반복하는 나였다.


감사하게도 마라탕(?) 선생님께선 필라테스 수업 내내 호흡을 강조해 주셨다. 내 곁에 다가와 갈비뼈에 손을 가져다 대며 “어? 숨을 반밖에 안 쉬네. 더 깊게 호흡해야죠. 더. 더!” 할 때마다 나는 ‘맞다. 호흡!’ 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갈비뼈의 움직임을 느꼈다. 고강도의 운동을 하며 열심히 호흡하면 칼로리가 마구 타는 느낌이 들어서 만족스러웠다. 마라탕 선생님 덕분에 호흡의 중요성을 상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요 근래 새로 들어온 회원 한 명이 호흡으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덩치 있는 그녀는 마치 호루라기를 불듯이 숨을 마시고 뱉었다. 선생님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로 아주머니의 호흡소리는 과하게 컸다. 바람 넣는 기계 혹은 운동 기구에서 날 법한 소리가 오십 분 내내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스트레칭을 할 때에도, 가만히 호흡을 고르는 동작을 할 때에도 어찌나 요란하게 호흡을 하는지 두 귀가 괴로울 정도였다. 참다못한 나는 운동을 마치고 단짝친구인 남편에게 고통을 토로했다. “사람이 아니야. 기계라고. 츄휴!!!! 퓨휴!!!! 막 이렇게 숨을 쉬는데 선생님 목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라니까?” 남편은 폭소를 하며 “하하. 진짜 웃기다. 금방 엄청 웃겼다.”라고 했다. 아니. 나 진짜 괴롭다니께?


“츄휴~!! 퓨휴~!!!” 호흡마저 장사인 그녀 덕분에 더욱 운동이 활기찬 요즘이다. 나는 그만큼 남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지 않지만 마라탕 선생님의 가르침만큼은 가슴에 새기고 싶다. 삶에 활기가 필요할 때, 마음이 환기를 원할 때마다 갈비뼈 사이사이에 신선한 공기를 집어넣는다. 필라테스를 한다고 해서 나잇살의 가속도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요. 왕성한 식욕을 조절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흉부 통증만은 확실히 사라졌다. 복잡한 세상사에 치일수록 호흡에 집중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 호흡만 잘해도 (뱃살은 모르겠고...) 마음의 주름살은 쭉쭉 펴지니까.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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