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만큼 쓰기 시작했다

일단 쓰고 보는 브런치 생활

by 미세스쏭작가

어디든 떠나라고 부추기는 여름이다. 2박 3일의 국내 여행 중에 현란한 수상 스포츠를 구경할 수 있는 강릉의 카페에 들렀다. 주말이지만 제법 한산한 카페에 앉아 스산하리만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고 있으니 가만히 있어도 절로 힐링이 됐다. ‘완전한 휴양엔 독서가 빠질 수 없지.’ 싶어 전자책을 좀 읽어보려 했더니 핸드폰 배터리가 거의 방전 직전이었다. 이번 여행에는 부러 책을 가져오지 않았다. 책을 소장한 여행은 활자 중독을 더욱 부추기는 느낌이 들어 여행 가방에 넣었던 책을 도로 빼버렸다.

그런데 내게 독서는 마음의 휴양이었는지 여행 중 짬이 날 때마다 읽던 책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독서를 할 수 없으니 더 오랜 시간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2박 3일 동안 두 편의 에세이를 썼으니 잘된 일이다 싶기도 하면서 짧은 여행을 와서 미간에 주름까지 잡아가며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이 낯설고 재밌게 느껴졌다. 이렇게 예쁘고 푸른 동해를 옆에 끼고 연신 노트북과 눈싸움하듯 글쓰기라니.


독서와 글쓰기는 3대 7의 비중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늘 7대 3의 비율로 독서에만 두 배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오늘은 꼭 글을 쓰리라 다짐해도 책만 읽다가 모든 시간을 써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쓰기의 벽을 넘는 것이 어려웠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글쓰기 매체로 블로그를 이용했는데 매체의 성격과 내가 쓰는 글의 성격이 맞지 않았다. 심지어 조회수보다 좋아요 수가 더 많은 현상을 보면서 ‘읽지도 않고 하트를 누르는구나.’ (브런치도 마찬가지일 수도 있지만) 하고 한탄을 하는 때가 있었다. 열심히 쓴 글이 ‘좋아요’ 품앗이의 수단이 되는 것을 보면 글쓰기에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았다. 나 또한 블로그를 통해 타인이 쓴 에세이나 소설 등을 찾아서 읽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으니 블로그의 성격이 창작글을 다루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 같다.

둘째로는 출간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니 이슈가 될 만한 주제, 타깃, 콘셉트 등을 과도하게 신경 쓰게 되고 글쓰기에 영 추진력이 붙지 않았다. ‘이 글은 누가 읽어 줄까?’, ‘내가 잘 팔리는 책을 쓸 수 있을까?’ 뱁새가 황새를 추월할 계획으로 글을 쓰니 부담만 가중될 뿐이었다. 꿈 앞에서는 누구나 초라해지고 작아지지만 이제는 마음을 편안하게 갖기로 했다. 한 권의 책만 쓰고 마침표를 찍을 게 아니라 글쓰기는 나와 평생을 함께 할 테니까.

2023년 4월을 시점으로 독서만큼 글쓰기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브런치 작가 활동은 드디어 독서와 쓰기의 비중을 3 대 7로 바꾸어 놓았다. 내 글 쓰기가 독서만큼 재밌어지기 시작했으며, 쓴 글을 공개하는 것이 일렬의 자연스러운 절차가 됐기에 이는 괄목할 만한 변화다. 브런치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얻었지만 내 글을 가장 열심히 읽고 열정적으로 정독하는 사람은 타인이 아닌 바로 나 자신다.

하루 만에 천, 많게는 수만 명의 독자가 내 글을 읽는 경험을 여러 번 했지만 크게 달라지는 없었다. 만 명이 넘는 사람 중 나만큼 심혈을 기울여 내 글을 읽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러므로 최전방의 독자이자 동시에 필자이기도 한 를 만족시킬 수 있 글을 쓰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진정성 있는 글을 쓰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작업이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면 독서의 비중을 크게 잡아 인풋의 비중을 높여야겠지만, 내가 쓴 글의 잠잠한 반응 때문에 동기부여가 결핍된다면 그럴수록 더욱 글을 써야만 한다. 묵묵히, 일희일비하지 않으면서.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는대도 누구보다 애정을 갖고 매의 눈으로 내 글을 점검하는 사람은 타인이 아니라 나라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깨달음 덕분에 2박 3일의 짧고 특별한 여행 동안에 부지런히 글을 썼으니 브런치 작가가 되길 참 잘했다. 남들 시선과 반응에 연연하지 말고 읽는 만큼 나의 언어를 생산하자. 그러다 보면 많은 이들의 가슴에 닿는 글을 낳게 될 것이라 믿는다.

여행 마지막 날,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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