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글을 쓰다 보면 한두 시간은 기본으로 소요되지만 이것이 일처럼 느껴진 적은 없다. 나의 특기이자 취미인 글쓰기는 일상 속에 함께하는 웃음 버튼이고 눈물의 씨앗이다. 저명한 작가들은 글을 써서 돈을 벌지만 작가지망생에 불과한 나는 글을 쓰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 당장에 돈을 벌려면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글쓰기를 잠시 내려놓고 글과는 다소 상관없는 일을 해야 한다. 나는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집 근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선호하고, 주로 행정일을 통해 돈을 벌곤 했다. 무수입으로 생활한 지 삼 개월 차, 다달이 적금과 보험을 유지하면서도 나름 돈 걱정 없이 지내고 있으며 백수 생활의 행복은 팝콘처럼 부푸는 나날들이다. 그러나 돈은 있어도 필요하고 없어도 필요한 것.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시 재단 단기 행정 업무에 지원을 했다. 다수의 인원이 지원한 데다가 극 소수의 인원을 무작위 추첨 식으로 채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낮은 기대를 가지고 발표를 기다렸다. 그런데 웬걸?
"귀하께서는 일반 전형 행정직으로 선발되셨음을 알려 드립니다." 야호. 오예.
일을 통해 또 조금이라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좋은 글감을 얻을 수도 있고, 번 돈으로 책을 사고 여행을 갈 수도 있으니 일석삼조다. 남들 다 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근무인데 이런 장시간(?) 근무는 오랜만이라 조금 부담도 되지만 "인생 뭐 있냐. 즐기면 되지."를 외치면서 서류를 준비했다.
최근 사 년 동안 집 근처에 있는 좋은 기업을 만나 적게 일하고 일한 만큼 벌면서 여유롭게 지냈던 나였기에 남편은 걱정 인형을 잔뜩 안은 사람이 되었다. "안 붙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또 붙었대? 정말로 괜찮겠어? 아침 아홉 시 출근인데. 게다가 여섯 시 퇴근인데 할 수 있겠어?" 고작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를 이토록 아끼고 걱정해 주는 사람은 역시 남편밖에 없다. 당연히 할 수 있노라 큰 소리를 치면서 앞으로 일하게 될 근무지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아뿔싸. 나는 A구에 살고 있는데 B구에 지원을 했다는 걸 너무 뒤늦게 알았다. 착각할 게 따로 있지. 부모님 댁 주소로 행정구를 착각하고 1 지망에 B구를 적어서 지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택배와 배달 음식을 받을 때도 이런 실수를 종종 했는데 쯧쯧. 아쉬움에 발을 동동 구르는 나를 보며 남편은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주었다. "어떻게 집 주소를 착각할 수가 있지?", "그런데 A구에 지원했으면 떨어졌을 수도 있어."
단기 근무지만 독서와 글쓰기를 얼마나 병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주부로 지내면서도 친구를 만나는 약속마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잡지 않을 만큼 집순이에다가 바닥 체력인 내가 바깥일과 집안일과 독서와 글쓰기를 어떻게 감당해 내려나? 또 한 번 나를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훗날 나는 아무개의 실수로 인해 두 달째 제대로 된 급여를 정산받지 못했다. 돈도 떼이고 정도 떼이고 제대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후문. 그때 그냥 확 떨어져 버렸어야 했는데!)
좋아하는 글을 쓰고 그 글이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
열심히 번 돈으로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것.
내 이름 석 자의 저서를 위해 꾸준히 쓰는 것.
일을 하면서 글감을 얻고 돈도 버는 것.
일과 글과 돈은 때론 매정하리만치 분리된 영역인 듯하면서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용기와 기대를 가지고 오늘도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며 나의 문장을 쌓는다.
글을 쓰는 일을 통해 돈을 벌 때까지. 글이 돈이 되고 책이 될 때까지. 그 희귀하다는 전업작가의 삶이 내 것이 될 때까지 나는 쓰련다. 쓰기 위해 싫은 일을 견딜 수 있을 만큼 나는 글이 좋다.
글 쓸 때 있으면 좋은 것: 커피와 남편의 게임 키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