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으면 쓸 수 없다
글쓰기 루틴을 데일리 루틴으로
자신에게 맞는 글쓰기 방식을 찾는 것은 쓰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과제이지만 그보다 중한 것은 역시나 '매일 꾸준히 쓰기'이다. 각자 글이 잘 써지는 장소와 일정 시간대가 있으나 늘 같은 환경에 놓일 수는 없으므로 바쁜 상황 속에서도 매일 조금씩이나마 써나가는 습관을 들인다면 이것은 최고의 글쓰기 루틴이다.
대부분 글쓰기를 시작할 때 하얀 백지에 깜박이는 커서를 보면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내 경우에는 쓸 거리가 있든 없든 그런 압박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다만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일주일만큼 글쓰기에서 멀어진 나를 발견하게 되고 이때 내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쓸 거리는 무궁무진한데 아무것도 쓸 수 없는 멍텅구리 같은 상태가 되어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을 기피하는 것은 물론 습작 노트에 쓴 메모 역시 글이 되지 못하고 허공으로 흩어져 버린다. 이를 경험할 때의 심정은 불안하고 불쾌하기까지 하다.
‘재밌는 글을 쓰고 싶다.’, ‘오늘은 진짜로 글 써야 하는데’ 중압감만큼이나 거대해진 거드름을 피우며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두통약을 복용하는 웃기고 구슬픈 신세가 되는 때도 간혹 있다.
글을 쓴다고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글을 써야만 똑같은 일상의 무료함이 해결되고 삶이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현재로서는 마음의 풍요를 위해 그리고 스스로 낸 숙제를 해결한 기분을 맛보기 위해 홀로 묵묵히 글을 쓴다. 글이 돈이 되는 저명한 작가가 아니기에 고독한 싸움을 하는 나날이다. 때로는 누가 이런 글을 써주십사 요청도 하고 출판사와 약속된 마감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막상 그런 상황이 되면 좋아서 하는 마음은 의무감으로 변모되고 글쓰기가 다소 부담이 되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본래 나는 밤늦게 글을 쓰기를 선호했다. 집중도 잘 되고 집안일도 멀리하게 되는 시간대이기 때문에. 그러나 침실로 들어가면 곤히 자고 있는 남편 덕분에 누울 자리가 없거나 강아지가 왜 이제 왔냐고 짖을 때가 있어서 도둑처럼 화들짝 놀라기가 일쑤였다. 게다가 다음 날 일상에 지장이 있어 글을 쓰는 시간대를 바꿔 모닝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전에 A4용지 한 장 반에서 두 장 분량의 글을 쓰고 외출을 하면 종일 기분이 홀가분하고 뿌듯하기에 이것이 요즘 나의 글쓰기 루틴으로 굳어지고 있다. 방학 숙제를 개학일 전에 벼락치기를 하지 않고 끝낸 기분이랄까. 스스로 약속한 쓰기의 분량을 채우고 나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외부 일을 볼 수 있으므로 저녁 글쓰기보다 아침 글쓰기의 이점이 크다.
어쨌거나 매일 쓰는 일은 해와 달이 뜨는 섭리처럼 중요하기에 꾸준함을 몸에 새기고 싶다. 조용한 환경에서 글쓰기를 선호하는 나로서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있는 이어폰과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잔잔한 음악이 최고의 글 친구이다. 이들과 노트북만 있다면 HSP인 나도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으니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시간도 있고 환경도 갖춰진 상황이었건만 근래에 닷새 정도 글쓰기 작업을 쉬었더니 무려 다섯 달 정도 작문에서 멀어진 사람이 돼 버렸고 브런치 세계로 돌아오기가 다시 심사를 거쳐야 하는 것처럼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므로 매일 식사하고 물을 마시듯 몇 줄이라도 글을 써서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겠다. 건강이 복병이지만 손가락을 움직일 힘만 있다면 단 몇 분씩이라도 날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볼 작정이다. 손글씨로 쓴 메모는 당일에 컴퓨터로 옮겨놓지 않으면 모스부호가 돼버린다.
뭐든 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운동도 한번 시작하면 다음 날 계단을 오르기 힘들 정도로 몸을 혹사하는 편이고 글도 첫 글자를 쓰기 시작하면 한 꼭지를 완성해야만 엉덩이를 뗀다. 그런 내가 요즘에는 운동도 글쓰기도 방법을 새로이 바꿔나가고 있다. 성실하게 습관처럼 한 꼭지씩 글쓰기, 스쾃도 개수보다는 근력과 자세에 초점을 맞추기. 조금씩일지언정 매일 꾸준히 신체 근육을 단련하는 편이 건강에도 좋고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방법 역시 비슷하다. 이왕 쓰는 삶을 살기로 한 바 변심하지 않고 오래오래 나의 글을 엮어 나가야지. 효율적이고 방법론적인 글쓰기보다 쓰는 것 자체를 숙명처럼 여기며 실천하고 싶다. 글쓰기 세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딱 두 가지이다. 일단 쓰기, 그리고 세상에 공유하기.
글쓰기를 의식주 해결하듯 데일리 루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