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얼마나 꾸준히 써야 할까?
끈기가 없을수록 날마다 쓰자
토요일 새벽부터 저녁까지 시댁으로 가는 일정이 잡혔다. 매일 글을 쓰고자 노력 중인지라 기차 안에서라도 글쓰기를 하겠다며 노트북을 챙겼다. '아참. 이번엔 시아버지께서 역으로 데리러 오실 수 없다고 하셨는데.' 기차역에서 시댁까지 가려면 걷기엔 멀고 택시를 잡기는 곤란한 거리인데 짐이 너무 무거웠다. 비까지 내리는 날씨라 고민 끝에 결국 노트북 대신 책을 챙겼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주말 내내 글을 못 썼다. ‘글 써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살짝 두통까지 앓았다. 기차 안에서도, 시댁에 가서도, 집에 와서도 틈틈이 독서를 하고 전에 써놓은 글을 퇴고했지만 '새 글'을 쓰는 흐름이 끊겨 마음이 무거웠다.
바쁜 주말을 보내고 드디어 월요일 이른 오후에 글을 쓰고자 책상 앞에 앉았다. 괜히 커피를 마시고 군것질을 하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집안을 뱅뱅 돌다가 겨우 컴퓨터를 켰다. 글의 주제와 쓰고픈 이야기를 이미 정했는데도 오전 내내 독서의 열정만 타올랐다. 써야 한다는 의무가 쓰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고 나서야 백지에 깜박이는 커서를 마주했다.
나약한 근성 탓에 한 가지 일을 오래 밀고 나가는 것이 늘 어려웠다. 아무리 독서를 하고 메모를 한들 매일 새로운 글을 쓰지 않으면 하염없이 게을러지는 작자가 바로 나다. 며칠만 글을 쓰지 않아도 글쓰기를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 일이 서먹한 상대를 만나듯 낯간지럽다. 익숙하지만 낯선 과정을 견디며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조금씩 긴장이 풀린다. 글자수가 늘어나고 문장이 쌓이면 그제야 서재에 편안한 기운이 감돈다.
스트레칭을 멀리하면 근육이 굳는 것처럼 매일 쓰지 않으면 손과 마음이 굳는다. 며칠 새에 실력에 큰 편차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마음을 다잡는 일이 어렵다. 자진해서 글을 쓰겠다고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때론 부질없게 느껴진다. 그래도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건 내가 살아가는 길을 다지는 일이다. 겨우 에이포 네 장, 두 편의 에세이를 쓰기까지 평소보다 배가 넘는 시간이 걸렸으나 마음은 개운했다.
남편의 휴가가 앞당겨지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여름휴가를 떠나게 되었다. 5박 6일의 해외여행을 앞두고 노트북을 가지고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다시 고민에 빠졌다. 남편이 이번엔 노트북을 챙기지 말고 글도 쓰지 말고 마음 편하게 여행을 즐기는 것이 어떻겠냐 물었다. “그래. 그러자!” 흔쾌히 외쳤으나 이 글을 쓰면서 노트북을 챙겨야겠다고, 해외에 가서도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노트북을 챙기면 그만큼의 다른 짐을 내려놓아야 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이지만 멋진 의상을 포기하더라도, 피곤하더라도 기어코 글을 써야겠다.
세상의 많은 작가들이 한 목소리로 꾸준히 쓸 것을 권한다. 사람마다 정의하는 ‘꾸준함’에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나에게 안성맞춤인 꾸준함은 매일매일이 아닐까 싶다. 남들과 비교할 때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끈기가 없는 나로서는 꾸준히 쓰라는 말이 최고로 가치 있는 비결이자 날 선 검으로 와닿는다. 끈기 있고 진득하게 한 가지 일에 매달리지 못하는 성향을 가졌기에 단순하게 매일 이 닦고 세수하듯 글을 쓰고 싶다.
5박 6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그동안 글쓰기를 놓는다면 나의 브런치는 긴 방학을 맞을지도 모른다. 며칠만 글을 쓰지 않으면 이런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 ‘세상에 할 게 얼마나 많은데? 뭐 하러 이렇게까지 글쓰기에 시간과 힘을 쏟나.’, ‘글쓰기고 뭐고 그냥 좀 편하게 살면 안 될까?’ 이런 불필요한 전투에 기력을 탕진하지 않기 위해 묵묵히 쓸 시간을 확보한다. 포기가 주특기인 나는 과연 언제까지 꾸준히 쓸 수 있을까. 과연 두고 볼 일이다.
요즘 나의 여행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