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 남동생과 남편은 아주 막역한 사이다. 둘은 생각이 잘 통하고 게임을 할 때엔 더더욱 손발이 잘 맞는다. 그들이 한 팀을 이뤄 늦게까지 컴퓨터 방에서 나오지 않을 때면 나는 간이 책상을 이용해 책을 보고 글을 쓴다. 두 남자가 신나게 어울리는모습을 보면 덩달아 즐겁다. 지난 주말 남동생에게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는 제안을 했다. 막둥이가 집에 와서 자는 날이면 집안에 더욱 온기가 돈다. 우리는 이러한 시간을 반기며 사랑한다.
세 식구가 한 지붕 아래 자는 날이었다. 잠옷을 들고서 욕실로 씻으러 간 남동생이 별안간 아악 하는 비명을 질렀다. 왜 그러느냐고 달려가서 물었더니 욕실 문을 빼꼼 연 동생이 “여기 바퀴벌레가 있어!”라고 답했다. 왓? 하루살이도 아니고 웬 바퀴벌레? 당일 오후에 욕실 청소를 열심히 하고 선풍기까지 틀어 습기를 모두 말렸는데. 비통함과 공포에 사로잡힌 나는 남동생을 욕실에 가뒀다. 그리곤 있는 힘껏 화장실 문을 잡아당겼다. “미안한데 바퀴벌레 잡을 때까지 거기서 나오지 마라.” 벌레를 너무나 무서워하는 남매는 욕실 문을 사이에 두고 고함을 쳤고 결국 발가벗은 내부의 놈이 바퀴벌레를 사살했다. 임무를 완수한 막내는 어떻게 사람이 못 나오도록 감금을 다 하느냐며 실소를 터뜨렸다. 바퀴벌레만 잡아준다면 감금은 일도 아니지 뭐.
다시 평온한 저녁.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일어났는데 마침 남동생이 욕실 안에 있었다. 나는 귀신인 척 머리를 풀어헤치고선 그가 나오길 문 앞에서 기다렸다. 잠결에 문을 연 남동생은 나의 기괴한 몰골을 보고 화들짝 기겁했다. 조금 전에 바퀴벌레가 출몰한 화장실에서 또 벌레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참으며 볼일을 봤는데 이번엔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허연 여자가 떡하니 서 있었다? 이건 실패할 수가 없는 장난질이지. 매우 깜짝 놀란 남동생은 귀신인 줄 알고 놀란 게 아니라 못생겨서 놀랐다며 조잘거렸다. 못생겼단 소리를 들으면 어떤가. 놈의 겁먹은 표정을 본 누님은 그저 만족스러울 뿐이었다.
그날 저녁 우린 너무 많은 음료와 커피와 물을 마셨더랬다. 새벽에 남동생이 또다시 화장실에 갔고 역시나 화장실이 고팠던 나는 두 번째에도 곳간 귀신인 척 문 앞에 서서 그를 맞이했다. “와 진짜 짜증 나네. 왜 그렇게 못생겼냐고.” 한 번 더 놀란 남동생은 누이의 못생김을 탓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누이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그 또한 같은 수법으로 복수했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이미 예상한 시나리오였기에 전혀 놀라지 않았음이다.
티키타카가 최강인 우리 남매는 다음 날도 같은 장난을 치면서 아침을 열었다. 남편은 이런 광경을 제법 재밌어하고 귀엽게 여기는 눈치다. 장난도 전염이 되는지 짓궂은 표정으로 우릴 구경할 때 그의 눈동자는 초롱초롱 빛이 난다. 남동생이 놀러 온 날 저녁 우리 집에선 여느 때처럼 “개깜놀”과 “개꿀잼”을 외치는 소리가 오갔다. 이렇게 평생 철부지 악동 남매처럼 지냈으면 싶다. 왜냐고? 재밌으니까.
며칠 후, 식사를 사 온 남동생이 소변을 보고 변기 커버를 올려놨는데 그걸 몰랐던 내가 그 상태로 변기에 푹 앉았다. 아뿔싸. 궁둥이가 하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줄! 똥 간에 빠지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벌떡 일어서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가만히 있어도 쑤시고 아프고 죽을 맛이었다. 궁둥이를 벅벅 닦고 콧바람을 씩씩거리며 화장실에서 빠져나왔다. 남동생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앞으로 조심하라고 했더니 죄송은커녕 어찌나 좋아하던지. "와하하하. 아하하하. 모르고 앉았어? 금방 변기에 빠질 뻔했단 말이지? 캬하하하." 하. 이 시키 이거! 과하게 좋아하는 것 보니 노린 건가...이번에도 역시 무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