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남매의 흔하지 않은 장난은 아직도 극성수기에 머물러 있다. 시답잖은 장난으로 서로를 속이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데 이 에너지를 다른 데 썼다면 우린 뭐가 돼도 크게 됐을 것이다. 여섯 살 차이인 나와 남동생은 이 맛에 서로 친구인 듯 원수인 듯 찐 형제로서의 두터운 우애를 유지하고 있다.
오래전에 남동생을 크게 속였던 적이 있는데 그때의 사건을 떠올리면 아직도 희열을 느낀다. 웬일로 늦은 저녁에 모두 외출하고 나와 남동생 둘만 거실에 남아 있었다. 각자 제 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남동생이 “아. 맞다. 누나 그거 아냐? 사이코패스 테스트.” 하며 말을 걸었다. 암. 잘 알지. 알고말고. 친구들 사이에서 한참 유행하고 있던 믿거나 말거나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꿰뚫고 있었으나 순간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게 뭔데?” 시치미를 뚝 떼고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남동생은 핸드폰을 주섬주섬 꺼내며 본인의 질문에 자유롭게 내 생각을 답해 보란다. 자네. 잠시 후에 사이코패스가 될 누나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동생의 첫 번째 질문. “당신은 동생과 함께 할머니의 장례식장에 갔다. 그곳에서 한 남자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는데 그 사람은 당신의 동생이 사귀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당신은 동생을 죽이고야 말았다. 당신이 동생을 죽인 이유는?” 너무 끔찍한 질문이었지만 이미 사이코패스의 대답을 알고 있었으므로 태연한 척 이렇게 대답했다.
“음. 동생의 장례식에서 그 남자를 한 번 더 볼 수 있으니까?” 내 대답을 들은 막둥이는 보랏빛 얼굴이 되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냐고 정색하며 물었다. 나는 “응. 왜? 다음 질문 해 봐.”라고 답할 뿐이었다.
용기를 낸 그는 두 번째 질문을 이어갔다. “잠이 오지 않아 늦은 밤에 당신은 아파트 베란다로 나왔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한 여자를 칼로 찔러 죽이는 장면을 목격했고 신고를 하려는 찰나에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 남자가 당신이 있는 아파트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 이유는?” 이것 역시 답을 외워놓은 질문이었다. 나는 더욱 싸늘한 목소리로 “몇 층인지 세어보려고. 신고하기 전에 그 여자도 없애버려야지.” 하고 답했다. 그러자 남동생이 우리 둘밖에 없는 거실 사방을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빨리 다음 질문을 하라고 재촉하자 순진한 막둥이 녀석은 “와. 진짜 무섭다. 누나가 말한 대답이 전부 사이코패스가 하는 대답이거든? 소름 돋는다. 이딴 거 그만하자.”라며 학을 뗐다.
“뭐? 내 대답이사이코패스 답변과 일치한다고?”
둘 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로를 응시했다. 그토록 겁에 질린 남동생의 얼굴은 처음이었다. 초점을 잃고 흔들리는 눈빛, 복잡한 마음이 드러나는 표정. 나는 그만 마음이 약해져서...가 아니라, 사이코패스 누명을 벗어야겠기에 “야. 이거 요즘에 유행하는 테스트여서 답을 다 외우고 있었거든?” 하고 얼른 해명했다. 남동생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으며 진짜지? 진짜로 이미 알고 있었던 거지? 재차 질문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누나한테 안 잡히고 단 둘이 있는 집에서 도망을 갈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단다. 끝까지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면 나를 영영 무서워했을 텐데 아쉽다. 나의 기막힌 기획력과 연기력 칭찬해. 친구처럼 장난을 주고받으며 낄낄낄 웃을 수 있는 동생이 둘이나 있어서 좋다. 성인이 돼서도 혼자가 아니라 삼 남매라서 다행이라는 행복감을 만끽하며 살고 있음이다.